지난 9일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350동 공장. 무게 3t에 달하는 알루미늄-리튬 합금을 깎아 비행기 날개에 들어가는 구조물인 윙립을 제작하는 곳이다. 항공기 날개의 골격 형태가 갈비뼈와 비슷해 윙립으로 불린다. 2010년 완공된 이 공장에선 에어버스 주력기종인 A350에 들어가는 80㎏짜리 윙립을 제작, 매월 10대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로봇이 만드는 스마트플랜트…에어버스 '윙립' 독점 공급
A350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플랜트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니 로봇(RGV)들이 분주히 윙립을 옮겼다. 근로자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로봇들은 9대의 절삭가공기계와 자동 창고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김병주 KAI 생산혁신실장은 “한 기계에만 일이 쏠리면 과부하가 걸리고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며 “AI를 통해 로봇은 가장 효율적인 공정으로 스스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이 스마트팩토리에서 근로자들은 상황실(사진)에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공정을 확인하는 역할만 맡는다. 기계가 윙립을 제작하고 사람은 시스템을 관리한다.

스마트팩토리의 최대 장점은 제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전통적 방식의 윙립 제작엔 4주가 걸렸다. AI를 활용한 스마트 공정을 적용하니 나흘로 줄었다. 공장은 24시간 돌아가고, 가동률은 90%를 넘는다. 김 실장은 “항공기 부품 생산에서 스마트플랜트를 적용한 유일한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에어버스가 2030년까지 A350 윙립을 만드는 유일한 파트너로 KAI를 선정한 이유다.

KAI는 A350동 운영을 통해 축적한 스마트플랜트 요소기술들을 다른 공장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KAI는 지난 4월 국내 항공산업 제조 분야의 스마트 플랫폼과 생태계 구축에 5년간 98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선 A350동 스마트플랜트를 고정익동, 회전익동, 부품동, 산청사업장 등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생산, 공정관리, 기술, 구매, 품질 등 5개 분야에서 수행하는 분석 업무를 디지털 전환으로 고도화해 데이터 활용 기반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AI 한국항공우주산업 김병주 상무
KAI 한국항공우주산업 김병주 상무
KAI는 협력업체와도 스마트플랜트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KAI 컨소시엄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선도형 디지털 클러스터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개별 공장 중심의 스마트화를 넘어 협력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협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선정된 컨소시엄에는 2023년까지 12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KAI는 이와 별도로 94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KAI는 협력업체에 스마트플랜트 공정을 전수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KAI는 1단계로 내년까지 항공산업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증을 거쳐 검증된 시스템을 협력업체에 전수할 계획이다. 이어 2022~2023년엔 2단계로 협력사별 맞춤형 성공모델을 제시해 스마트 플랫폼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천=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