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아바타 라울(뒷줄 왼쪽 네 번째)이 가상세계에 구현된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아바타 라울(뒷줄 왼쪽 네 번째)이 가상세계에 구현된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신입 행원 아바타 15명이 은행장과 함께 마스크 없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떤다. 가상 캠퍼스의 산책로를 거닐다 분수대 앞에서 다 같이 ‘셀카’도 찍는다. 하나은행이 지난 12일 가상세계 메타버스에 문을 연 하나글로벌캠퍼스의 모습이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 아바타로 참석한 하나은행의 한 신입 행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연수만 받고 한 번도 연수원에 가보지 못했는데,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세계의 연수원을 방문한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은행권이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본뜬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이 확산하면서 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급부상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소비자도 가상 지점을 통해 금융 상담을 받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3일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그룹이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문을 연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본떴다. 가상의 캠퍼스는 ‘메타버스 연수’에 참여한 직원들이 한땀한땀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전날 이곳에서 메타버스 연수원 오프닝 행사를 열고 신입 행원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수료식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도 자신의 아바타인 ‘라울’을 만들어 참여했다.

메타버스 속 하나글로벌캠퍼스는 올해 하나은행 신입 행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직접 조성했다. 브랜드 홍보 효과도 톡톡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제페토를 통해 캠퍼스가 사전 공개된 뒤 며칠 만에 세계에서 2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며 “대학교 같은 넓은 캠퍼스와 아기자기한 공간이 제페토 내 사진 명소로 떠오르면서 10대 방문객이 많이 찾았다”고 했다.
‘전광석화’라는 별명을 단 권광석 우리은행장(가운데)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MZ세대 직원들과 셀프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전광석화’라는 별명을 단 권광석 우리은행장(가운데)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MZ세대 직원들과 셀프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이날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MZ세대(1981~2000년생) 직원들과 ‘디지털 소통’에 나섰다. 권 행장은 자신의 아바타에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을 붙이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셀카도 찍었다. 권 행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라며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MZ 직원들과 함께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명과 제페토에서 경영 현안회의를 했다. 은발의 아바타가 김 회장과 꼭 닮았다는 후문이다. SC제일은행도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하반기 디지털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메타버스 공략은 Z세대(1996~2010년생)를 겨냥한 것이다. 당장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진 않지만, 기술 발전과 사용자 유입이 지속되면 금융사가 메타버스에 가상 지점을 설치하거나 프로모션 등 현장 업무를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