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마존'이라던 인터파크 어쩌다가…

업계 최초 무료배송·최저가 보상
시장점유율 1위 지키며 승승장구
유통업계 '쩐의 전쟁' 시작되자
G마켓 팔고 문화플랫폼에 집중

거대 플랫폼에 밀려 경쟁력 저하
작년 적자…자회사 송인서적 파산
‘싸니까 믿으니까’를 모토로 내걸고 출범한 인터파크는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무료 배송’ ‘최저가 보장’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에 ‘최초’ 수식어를 독차지하며 국내 대기업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제는 ‘혁신의 기억’을 후배 기업가들에게 남기고 퇴장을 앞두게 됐다. 대기업과 대형 포털들이 입지를 점점 위협하는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나빠지자 결국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특히 이베이코리아가 기대 이상의 몸값(지분 80%, 3조4400억원)에 이마트에 팔리는 등 e커머스 기업 몸값이 치솟은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e커머스 '최초' 제조기 인터파크…'특화' 목매다 '변화'를 놓쳤다

1세대 벤처 신화 인터파크
인터파크는 1995년 당시 데이콤 대리로 근무하던 이기형 현 인터파크 대표가 사내 육성(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출범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겹치자 이 대표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데이콤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독립했다. 사내 인큐베이팅 문화는 인터파크 내에서도 빛을 발했다. 2000년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출범한 구스닥(현 G마켓)은 곧장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시초가 됐다.

2003년엔 책 한 권만 사도 공짜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e커머스업계 무료 배송 시대를 열었다. 그해 인터파크는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점유율을 추구하는 방식의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해 기존 유통업체들의 아성에 도전하기도 했다. 현재 쿠팡 등이 벌이고 있는 e커머스 시장 경쟁은 다 인터파크가 한 번쯤 시도해본 것이었다.
커머스업계 ‘쩐의 전쟁’
승승장구하던 인터파크에 전략적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옥션을 앞세운 이베이의 국내 시장 진출과 더불어 각 유통회사가 자체 서비스 출범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SK텔레콤도 2008년 오픈마켓 서비스 11번가를 출범시키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 업체가 출혈 경쟁을 불사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쳤다. 줄어든 파이를 두고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졌다.

‘쩐의 전쟁’에 뛰어들어 치킨게임을 버텨야 할지, 새 사업모델의 기회를 찾아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던 인터파크는 후자를 택했다. 2008년 핵심 자회사인 G마켓을 이베이에 약 4400억원에 팔았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유통의 전쟁터에서 한 발 빼고, 틈새시장인 공연·여행·도서 분야 등 문화 플랫폼이 되기로 결정했다. 삼성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IMK)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진출했고 전자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회사인 송인서적이 지난달 파산하는 등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엔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신사업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격적인 매각 결정 배경은
이 대표가 IMK와 바이오 사업 등을 두고 인터파크만 매각하기로 한 것은 최근 플랫폼 기업 가격의 고공행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행·공연 수요가 조만간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주가도 일부 회복한 데다 후보들의 경쟁을 유도해 몸값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특히 여행·공연 부문에서 경쟁을 펼치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 분야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삼은 롯데그룹과 11번가의 확장을 꾀하는 SK텔레콤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업계에선 시간을 끌수록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매각 측이 속도전을 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유 여행을 기반으로 개별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플랫폼이 성장하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기반을 닦으면서 ‘패키지 상품’ 위주의 인터파크는 이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 독보적이던 공연 예약 서비스도 카카오 등 경쟁사의 진입에 위협받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 매년 흑자를 유지했던 회사 실적은 지난해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초엔 글로벌 PEF운용사 한 곳과 비공개 단독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격차로 무산됐다.

이번 매각으로 다른 중견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연이은 합종연횡 속에 소외된 티몬, 위메프 등의 출구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준호/구민기/노유정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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