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위안,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위안,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주식·채권 매물이 동시에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이른바 '밸런스드 베어(Balanced Bear)’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봤다. 밸런스드 베어는 주식과 채권을 담은 혼합형 펀드(Balanced fund)가 상당한 손실을 보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12일 이 같은 골드만삭스 보고서 내용을 담은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며 "앞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테일 리스크(tail risk·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터지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기)’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투매(sell-off)가 발생하고 혼합형펀드가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중순에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손실을 보는 충격이 나타났다.

혼합형펀드는 통상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과 주식을 동시에 담는 만큼 시장 변동성에도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면 채권과 주식 가격이 동시에 내려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그만큼 명목 시장금리(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금리)도 오른다.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주식·채권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주춤해질 것이고 그만큼 최근 급등한 자산가격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퍼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과 달리 최근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지난 9일에 2.29%포인트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정점을 찍은 올해 5월 말(2.45%포인트)보다 0.16%포인트나 빠지는 등 인플레이션 지표가 '임계치'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수면 위로 내려갔다는 안도감이 퍼지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골디락스'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S&P500지수는 지난주(7월 5~9일)에 4352포인트에서 4370포인트로 0.4% 오르는 등 미국 주요 3대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같은 기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36%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가 과열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시장기대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원자재와 반도체 등의 공급이 차질을 빚는 현상이 이어지고 기업들이 재고 물량을 축적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는 재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하면 지난해 3월처럼 금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달러화 등 자산의 가치가 재부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