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도 못 구한다는 롤렉스…매장 직원이 알려준 득템 노하우 [박한신의 커머스톡]
명품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워낙 명품의 인기가 높다보니 백화점에 에르메스(에)·루이비통(루)·샤넬(샤) 입점 여부가 뉴스가 되는 시대입니다. 백화점 3사의 전체 매출 중 명품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9년 17%에서 올해 5월 24%로,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19%에서 24%로, 롯데백화점은 12%에서 17%로 뛰었습니다. 백화점에 있는 그 많은 상품들의 매출 중 4분의 1 가까이를 명품이 차지하는 게 놀랍습니다. '슈퍼 갑'이라고 불리던 백화점 위에 명품 브랜드들이 군림하는 상황입니다.

백화점 관계자들에게 명품 시장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아왔습니다. 우선, 백화점들도 에·루·샤 입점 여부가 해당 점포의 실적과 성패를 좌우하다보니 명품 담당 바이어는 웬만해선 교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명품 사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랜 관계가 입점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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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요즘 명품 브랜드는 아무리 매머드급이어도 신생 점포에는 곧바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덜컥 들어갔다가 장사가 안되면 평판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니 곤란하다는 거죠. 현대백화점의 대표 점포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에·루·샤가 한 곳도 들어가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른바 '간'을 보고 차후에 입점을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이 명품의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말합니다.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중고가 방어'가 가능해졌고, 심지어 감가상각이 아니라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입니다. 샤넬이나 롤렉스처럼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지만, 100만원짜리 명품을 사서 80만원에만 팔 수 있어도 구매자들은 이미 그 물건의 가격을 20만원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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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중에서도 정말 인기 있는 브랜드는 샤넬과 롤렉스라고 합니다. 이들 브랜드는 하루종일 기다려서 점포에 들어가도 물건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롤렉스의 경우 1000만원대 인기 있는 제품은 없고 5000만원 이상 가는 고가의 제품만 남아있는 식입니다.

이 때 명품 매장 직원들의 재량이 물건 확보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매장 직원들은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몇 번 왔는지, 지금 찬 시계가 뭔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실수요자인지 리셀러인지 귀신 같이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꼭 구매하고 싶다는 '진정성'을 몇달동안 보여주면 기억을 했다가 인기 모델을 빼놓고 연락 주는 경우도 있다네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인기 상품을 얻기 위해 명품 매장에서도 재고 처리해야 하는 초고가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네요. "고가 제품을 사줄테니 구하기 힘든 인기 제품이 나오면 나에게 달라"는 일종의 '윈윈' 전략인 거죠.

명품을 원하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좀 유별나고 심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들지만 좋은 차나 좋은 집을 사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인듯 합니다. 다만 명품을 사기 위해 매일 새벽같이 줄을 서고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동원하는 현상이 언제까지 갈지는 궁금하네요.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어나는 이치가 명품 시장에선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서 입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