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위기 전개와 금융정책 추진 경과를 짚어보고, 향후 정책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먼저 축사를 한 뒤, 은 위원장의 기조연설과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의 주제 발표, 다음으로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토론회가 이어졌습니다.

장관급 이상 VIP 참석자들은 행사장에서 자신의 발언 순서만 마치면 자리를 뜨는 게 통상적인 관례입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2시간여 행사 전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는데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은 위원장에게 한 청중이 사회자의 허락을 받아 질문을 던지자, 은 위원장은 "예전처럼 사진만 찍고 갔었으면 이런 질문을 안 받았을 텐데 괜히 듣는 체 하다가…(이렇게 됐다)"라며 농담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은 위원장은 이어 토론회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금융위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 곧바로 반박했는데 이 대목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했던 9명의 전문가 가운데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언이 발단이 됐습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위기 시에 (금융당국이 그랬던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 경제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업 규모가 작아지고 취약계층으로 갈수록 보조장치 없이 그냥 유동성이 풀려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영세 소상공인은 정말 심하게 얘기하면 앞으로 (빚을) 못갚을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이들의 생존 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집합금지 업종에 대한 손실 보상 등 재정 정책으로 풀었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코로나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지적에 대해 발끈하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채권안정기금도 민평채(시장) 금리에 0.5~0.9%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었는데 일각에서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돈놀이를 하려는 것이냐는 얘기까지 들었다"면서 "증권사 콜시장 차입 한도도 당시 (기존 자기자본의 15%에서) 30%까지 늘려줬지만 월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밝혀 (증권사들의) 자구 노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지요. 또 "하여간 모든 부문에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집어넣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박 선임연구위원이 도마에 올렸던 영세 소상공인 금융 지원책, 즉 6개월씩 두 차례나 연장된 전(全) 금융권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총 204조원 규모)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은 위원장은 재정 정책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향후 학계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은 위원장은 "금융 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재정을 욕하고, 재정 하는 사람끼리 금융을 욕하기보다 차후에 이런 위기가 다시 올 때를 대비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