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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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5개 업체가 발표한 투자금액만 총 193조원에 이른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사(JV)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0년 내 전기차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승기를 잡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현대차, 아산공장 전기차 설비 공사

'카마겟돈' 돌파구는 전기차…200조 '전기차' 투자전쟁 시작됐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는 8일(현지시간) ‘EV(전기차) 데이 2021’을 열고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 및 양산에 300억유로(약 40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유럽 판매의 70%, 미국 판매의 40%를 친환경 차량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램, 오펠, 푸조, 마세라티 등 보유하고 있는 14개 브랜드에 모두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기로 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합작해 유럽과 북미 등에 총 5개의 배터리 공장도 건설한다. 삼성SDI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북미 배터리 공장 건설에 삼성SDI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삼성SDI는 “합작사, 독자 공장 건립 등 여러 안을 놓고 검토 중이며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구체적인 계획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회사는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그룹은 2024년까지 330억유로(약 44조8000억원)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아우디 e-트론과 순수 전기차인 ID3, ID4를 잇따라 양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에 10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소사업(4조1000억원), 도심항공교통(UAM) 및 로보틱스(4조8000억원), 자율주행(1조6000억원) 등을 포함하면 미래차 영역의 총 투자액은 23조5000억원에 이른다. 기아도 10조원 이상을 자율주행, 수소, UAM 등 미래사업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미래 관련 투자액을 더하면 33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포드는 지난 5월 300억달러(약 33조8000억원)를 전기차와 관련 부품,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GM은 지난해 11월 270억달러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투자하기로 했으나, 올 6월 350억달러(약 39조5000억원)로 금액을 30% 늘렸다. 경쟁사 포드의 계획을 본 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증액한 것으로 분석된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전기차 침투율 10년 내 17% 전망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공룡’들이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앞다퉈 발표하는 것도 전기차 시장에서 밀리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의 ‘맹주’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는 2030년 기준 7997만5992대가 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85만327대에서 11.7배로 늘어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까지 합치면 1019만7040대에서 1억2433만1896대로 12.1배 많아진다. 업계에서는 2030년이 되면 신차 절반가량이 전기차 및 PHEV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국가에서는 조만간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될 조짐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친환경차만 판매하도록 법제화했다. 스웨덴·영국·네덜란드·덴마크는 203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유럽연합(EU)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