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R&D·인력양성 계획 반겨…"원재료 확보 대책은 미흡"
'K-배터리 전략'에 업계 환영…"차세대 주도권 확보 계기될 것"
정부가 국내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8일 발표한 'K-배터리 발전전략'에 업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업계의 강력한 요구사항이었던 차세대 이차전지 관련 연구개발(R&D) 지원과 인력 양성 내용이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전례 없이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차세대 배터리 및 공정에 관한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소재부터 완제품까지의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한국이 기술 허브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하고, 인재 육성도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대규모 R&D 지원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한국이 차세대 배터리의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국가 미래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을 위한 K-배터리 전략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전략 수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더불어 국가 핵심 산업의 한 축으로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한국이 이끌어 가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 기업 관계자도 "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사업을 지정해 육성·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탄소 문제 해결과 배터리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산업 전문가들도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가 화두가 되고 자국 우선주의까지 생기면서 중국 CATL 등 해외 기업들이 이미 무섭게 치고 나갔다"며 "LG·SK가 미국에서 2년 가까이 배터리 소송을 벌이면서 시간과 비용 소모도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타이밍이 다소 지체됐지만, 정부가 국내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과 투자 인센티브 등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라며 "탁상행정,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배터리 전략'에 업계 환영…"차세대 주도권 확보 계기될 것"
다만 이차전지 산업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내놓은 자원개발 대책과 관련해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니켈·코발트·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를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계 각국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에 발맞춰 광물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정상화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신규 투자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오히려 부실 자원 정리 차원에서 해외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시장 흐름상 공기업보다는 민간 기업 주도로 자원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맞다는 입장으로, 이번 대책도 민간의 자원개발 투자를 보조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수요기업이 사업 전략에 따라 자원개발에 나서면, 공기업은 기술·금융·인력·정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해외자원개발은 자원개발부터 해서 실제 소재화하기까지 장기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여력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해외자원개발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기업의 고충을 적극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도 "배터리 산업에서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광물 관련 해외광산 확보 현황을 보면, 니켈은 뉴칼레도니아 누메아 사업과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사업에 각각 49%와 45.8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리튬은 호주 필바라 사업에 지분 3.4%, 아르헨티나 살데오로 사업에 지분 100%를 보유했다.

코발트는 암바토비(니켈), 볼레오(동) 등 2개 사업에서 부산물로 생산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