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연 24%에서 20%로 인하
文 정부서 7.9%포인트↓

문턱 높아지는 대출에…불법 사금융 이용 우려 확대
정부, 대출 난민 31만명 추산에…"수백만명 발생 가능"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 들어 최고 금리를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한 데 이어 이번에 (연 20%로) 더 낮추게 됐다. 국정과제로 선정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3월 30일 청와대 주재 국무회의 中 문재인 대통령 발언
오늘(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하는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임기 초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2018년 24%로 한차례 하락한 데 이어 3년 만에 4%포인트를 추가 인하하면서 총 7.9%포인트 떨어지게 됐다.

취지는 좋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목적이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낮아지는 이자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길을 좁히면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고금리를 낮출 때마다 발생하는 고질적인 현상 중 하나다.

이를 막고자 금융당국이 안전망 대출 상품 등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자금 확대로 날로 불어나는 수십만명의 저신용자를 감당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31만명의 대출 난민을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연 20%로…불법 사금융 '풍선 효과' 우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4%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차주 239만명 중 208만명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는 신규로 대출을 받거나 갱신, 연장되는 계약부터 적용된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기존 대출자에게도 소급 적용한다. 사실상 대부업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금융사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모든 차주에게 적용하는 셈이다.

소급 적용의 표면적인 이유는 '최고금리 인하 취지 동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와 소급 적용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업계는 위에서 하라면 해야 하는 입장이다. 소급 적용이 의무가 아니었다지만 사실상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금융권 실적이 좋다보니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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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게 된다는 데 있다. 제도권 금융사들이 대출 공급량을 줄이고 심사를 강화해 대출 문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부업체의 경우 최근 사업성 악화로 신규 대출은 물론 시장 철수까지 고려하는 상태다. 대부업체는 합법적인 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그만큼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기관 자체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리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불법 사금융으로 귀결될 수 있단 얘기다.

대부업계 자산 규모 업계 1위를 오랜 기간 지켜온 산와머니가 대표적이다. 산와머니는 2018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내려진 지 1년 만인 2019년 초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는 기존 대출만 회수하고 있는 상태다. 조이크레디트대부와 유앤아이대부도 신규 대출을 더는 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2024년 대부업을 철수한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이다. 대형 대부업체 리드코프도 캐피탈사 인수를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금융사 입장에선 공급을 조이고, 더 까다롭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대부업 상황이 2018년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소비자가 불법 사금융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후속대책 효과 미지수…낙관적 전망 지적도
실제로 정부도 저신용자의 불법 사금융 이용 확대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기존 신용대출 이용자 약 31만명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중 약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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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후속대책을 통해 불법 사금융 이용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정책자금을 확대해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을 내놓는다. 이번 조치로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대출 대환 상품인 '안전망 대출Ⅱ'를 공급하고, '햇살론17'보다 금리를 2%포인트 인하한 '햇살론15'도 출시한다. 이달 26일부터는 3000억원 규모의 햇살론뱅크도 선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불법 사금융 이용 확대 부작용을 제어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한차례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됐던 2018년 안전망 대출과 햇살론17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병행됐으나 불법 사금융 이용 확대 현상을 막지 못했다. 당시 24%를 초과하는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 중 약 81.4%인 113만9000명이 민간 금융권 대출과 정책서민대출을 이용해 이자 경감 효과를 얻었으나, 나머지 약 26만1000명은 대출 만기 이후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이 중 4만~5만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예상하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포용적 서민 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할 경우 약 57만명의 수요자가 대출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객관적 자료를 분석해보면 최고금리 인하 시마다 시장이 위축되는 충격이 있었고 최근 최고금리 인하 시점인 2018년 상반기를 기점으로는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면서도 "최고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에는 사실상 타당한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교수는 "결과는 본 취지와는 다르게 다수의 저신용 대출 수요자들이 시장에 배제되는 또 다른 형태의 금융 소외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정 최고금리가 7일부터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정 최고금리가 7일부터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31만명의 대출 난민이 발생할 것이란 것은 매우 협소한 시각에서 추산한 결과"라며 "현재 신용등급 제도가 사라졌으나, 작년 신용등급 기준으로 산출하면 수백만명의 서민이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대출 난민이 100만명을 넘길 경우 그들의 평균 대출액을 감안하면 수십조원의 재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애초에 정책 추진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했던 조치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는 만큼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이번 조치로 불법 사금융에 저신용자가 몰릴 가능성은 상당하다"며 "업계는 물론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그 영향과 부작용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진행됐어야 했다. 우려하는 상황이 그대로 발생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는 단순히 금융적 이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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