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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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9만9000㎡ 규모의 이마트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을 매각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e커머스(전자상거래) 패권을 쥐기 위한 ‘실탄’ 충전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에 161개 점포를 둔 이마트의 탈(脫)부동산 전략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성수동에 있는 본사 건물(사옥과 매장 포함)의 유동화를 위한 자문사로 CBRE를 내정했다. 펀드에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이다.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최대 1조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CBRE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및 투자 회사다.

본사 건물 유동화 논의는 지난달 30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주식 취득(지분 80%, 3조4400억원) 결정 직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동에 재개발 호재가 있는 현시점이 매각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자문사를 통해 시장에 가격을 태핑(사전 조사)하는 단계이고, 경영상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부동산을 깔고 있지 말고 e커머스와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3월 말 기준 자산총액은 23조원 규모다. 이 중 유형 자산 및 투자 부동산은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자산 유동화는 창사 이후 첫 조 단위 거래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대비한 실탄 확보 의도도 깔려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보툴리눔톡신(보톡스) 매출 1위인 휴젤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휴젤의 기업 가치는 2조원대로 알려져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쇼핑 등 유통기업은 부동산으로 평가받아왔다”며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은 기업의 부동산 소유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