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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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의 부실 감독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 임직원 8명을 징계하겠다고 5일 밝혔습니다. 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 대해 감독 기구의 책임이 있다고 본 건데요. 이날 금감원 노동조합은 반발 성명을 냈고, 직원들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이 반발한 것은 펀드 사태 당시 금감원 고위직들은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빠지고, 수석급을 포함한 실무자급이 징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석 직급은 일반 회사로 치면 팀장급 이하인데, 특정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이 과도하다는 겁니다.

이날 금감원 블라인드에는 이 사태와 관련해 불만을 호소하는 글이 빗발쳤습니다. 한 이용자는 "팀장도 아니고 수석이 정직이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일을 하란 것인지, 말란 것인지"라고 토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를 들어가면, '책임을 지라고 임원이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 직원들도 동조하는 댓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이용자는 "조직관리 규정 직무 권한 분류표에서 수석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데, 감사원은 눈 감고 감사했나"며 불만을 표시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팀원들은 앞으로 무조건 다 팀장에게 보고하는 게 좋겠다"며 "가급적 메신저로 증거를 남기고 책임 전가해야 한다"고도 남겼습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한 직원은 "부하 직원을 위해준다는 말을 다 믿지 말라. 결정적인 순간엔 무조건 버린다"며 "보고 배운 게 꼬리자르고 손절하는 거라 개인의 양심에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도 꼬집었습니다.

이날 금감원 노조도 성명을 내고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전 부원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감사원의 징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고위직들이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대상자에서 모두 빠졌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감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모든 사태에 조직의 수장이 책임을 질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 감시 소홀을 이유로 주요 금융사들의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금감원에서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민간 금융사 수장들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조직을 떠나 책임을 피한 전임 고위직들에 대해 안팎의 여론이 당분간 호의적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