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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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개인의 상환능력(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금융소비자의 대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내집 마련을 계획하는 무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 우대 확대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더 늘어나지만, 개인별 DSR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에 신용대출까지 동원하는 ‘영끌’ 대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DSR 규제는 내년과 후년에 걸쳐 단계별로 계속 강화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기별 규제 내용을 잘 확인하고 기존 대출과 미래 현금흐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대출 전략 재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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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강화되는 DSR, ‘영끌’ 어려워진다

DSR은 개인이 매년 내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개인별 DSR 40%’ 규제 대상자가 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이달부터는 규제지역에서 시가 6억원 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으면 DSR 규제를 받는다. 이는 1단계에 불과하다.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만 초과해도 적용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고 신용대출 5000만원(금리 연 3%)을 갖고 있는 무주택 직장인 A씨가 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A씨는 LTV 우대 60%를 적용받아 주택담보대출을 3억6000만원(30년 원리금균등상환, 금리 연 2.7%)까지 받을 수 있다. 두 대출을 합친 A씨의 DSR은 50.9%다. 아직 집값 6억원까지는 개인별 DSR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A씨는 은행 심사에 따라 DSR 40%를 넘겨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이달부터는 DSR을 계산할 때 신용대출을 기존처럼 10년이 아니라 7년에 걸쳐 나눠 갚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DSR 값이 이전보다 높아지게 된다.

내년 7월부터는 A씨도 이런 ‘초과 대출’이 안 된다.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기면 DSR 40%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A씨가 주택담보대출 3억6000만원을 모두 받으려면 신용대출을 115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 이때부터는 신용대출의 DSR 산정 만기 기준이 7년에서 5년으로 또 줄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 한도도 확 준다.

6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은 이달부터 바로 DSR 40% 규제 대상이다. 따라서 기존에 신용대출이 있었다면 LTV 우대로 늘어난 담보대출을 모두 받기 위해 신용대출을 줄여야 한다. 가령 연소득이 8000만원이고 신용대출 9000만원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가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면 LTV 확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7월 이전(3억6000만원)보다 늘어난 4억원을 받을 수 있다. 대신 DSR 40%에 맞춰 신용대출을 당장 7905만원으로, 내년 7월 이후라면 581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

결국 DSR 규제 아래서 주택자금 용도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으려면 대출 만기를 늘리고 신용대출은 신중하게 받는 게 좋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청년·신혼부부는 정책 모기지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이달부터 ‘40년 만기’로 선택할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 줄이되 조건 따져봐야

초저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현재 가계대출의 70% 이상은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인상기에 취약한 만큼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단 대출 조건과 시기 등을 따져봐야 한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변동형과 고정(혼합)형 금리 차이는 0.5%포인트 안팎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가 실제로 오르고 나서 바꿔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기존 대출을 받은 시점에 따라 대환대출 시 중도상환수수료, 인지세 등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 규제 변화에 따라 이전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자는 금리 인상을 대비해 고정금리형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좋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