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모델로 촬영한 유튜브 광고의 한 장면. KCC 제공
KCC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모델로 촬영한 유튜브 광고의 한 장면. KCC 제공
창고처럼 보이는 낡은 건물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선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각종 도구를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린 이들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멤버들. 대형 롤러와 붓, 페인트 통을 손에 든 이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시원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빛바랜 목제 출입문과 타일 벽, 철제 캐비닛 등 창고 안팎에 새로운 색을 입히기 시작한다.

건자재·도료회사 KCC가 최근 선보인 유튜브 ‘컬러레인저스 광고’의 주요 내용이다. KCC 관계자는 “공개 두 달 만인 지난 2일 기준 조회 수가 750만 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기업 광고 채널인데도 ‘구독’을 누르고 싶게 한다는 젊은 층 댓글이 달리는 등 반응이 좋다”고 4일 말했다.

페인트업계가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젊은 감성의 유튜브 광고를 제작하거나 패션기업과 손잡고 협업(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국내 페인트 1위 기업 KCC는 컬러레인저스 광고를 제작하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 안무 창작부터 배경 음악, 의상과 소품 등을 전적으로 맡겼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소재에 바르기 쉬운 페인트라는 점을 뮤직비디오를 통해 재미있으면서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실험적인 디지털 광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은 삼화페인트는 의류업체와 협업에 나섰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크리틱과 협업해 작업복 느낌의 바지와 재킷, 티셔츠, 앞치마, 모자 등을 최근 출시했다. 모두 삼화페인트 제조현장에서 직원이 실제 입는 작업복을 사용해 제작했다. ‘삼화(三和)’ 한자 로고와 마스코트도 그대로 살렸다. 결과는 대성공.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제품들은 출시 1주일 만에 총 17종 가운데 13종 제품이 품절됐다.

페인트업계 3위 삼화페인트는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삼화TV를 통해 ‘투톤 라이브’도 진행하고 있다. 실내 공간을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상의 페인트로 칠한 곳에서 가수가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행사다. 비비, 릴보이, 지소울 등이 참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화페인트라는 이름을 젊은 소비자에게 더 많이 알리기 위한 참신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트 회사들이 MZ세대 공략에 나선 것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테리어 DIY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긴 어렵지만 소비자 직접 판매 비율이 3년여 전 전체의 1% 미만에서 최근 10%가량으로 높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서나 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페인트를 구매해 가구와 소품 등을 인테리어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