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soomin.kim@unisoncap.com
약(藥)이 되는 상장, 독(毒)이 되는 상장 [PEF 썰전]

딜 소싱을 하면서 창업자들을 만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상장이 목표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분들에게 왜 상장이 목표인지 여쭤보면 의의로 명확한 답을 못하십니다. 상장은 그냥 좋은 것이라 생각해서 막상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하시는 분이 많으시고 어떤 분들은 막연하게 우리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라고도 하십니다. 회사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으면 무엇이 좋은 것이냐고 다시 여쭤보면 대체로 말문이 막히십니다. 별거 아닌 회사도 저 정도 가치를 인정받았다는데 자존심상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거나, 사실 이 시점에 상장은 답이 아닌 것 같은데 어려울 때 투자해 준 투자자들 엑싯 때문에 눈치 보여서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렵다는 고민도 토로하시죠. 드러나지는 않지만 알고 보면 “업계 최초 상장”이라는 명성과 유명세에 대한 유혹이 오너의 의사결정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문헌과 연구 결과를 봐도 회사 입장에서 상장의 실질적인 메리트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 됩니다. 기업을 주식시장에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미지를 높여서 그 결과로 (1) 회사의 자금 조달을 더 수월하게 더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거나, 아니면 (2) 상장이 회사의 영업과 마케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서 매출과 이익이 개선되거나 두 가지입니다. 상장의 다양한 단점에 대한 연구도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대규모의 외부 자금 조달이 전혀 필요 없거나 사업의 성격상 불특정 일반 대중에게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오히려 사업에 해가 되는 많은 회사들이 맹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의사결정자에게 상장의 장점이 과대 포장되어 알려지는 반면에 상장의 단점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너들이 상장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상장 주관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이고 어떻게든 상장을 성사시켜야 실적을 올리고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장의 단점을 부각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결국은 구조적으로 상장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정보의 비대칭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 오늘 상장이 왜 회사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엄격한 규제와 공시 의무
일반 대중들이 우리 회사의 주식을 사서 들고 있다는 것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규제와 공시 의무가 회사와 경영진에게 부과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감원과 거래소 등 감독 당국에서는 비상장 회사와는 차원이 다른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으로 상장 회사를 규제하고 감시합니다. 공시 의무 또한 매우 엄격합니다. 그래서 상장 회사의 오너와 경영진은 의도치 않은 실수로 말미암아 배임 등 아주 심각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로 인한 경영진의 스트레스와 주의 분산이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비상장이었을 때는 몇몇 주주들이 모여서 회사의 전략과 정책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합의해서 실행하면 되었는데 상장 회사가 되는 순간 그런 자유는 전부 사라집니다. 차라리 일반 대중들은 그렇다 치고 경쟁사들에게도 회사의 주요한 투자나 계약 정보들이 오픈이 되기 때문에 생기는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주가의 저주
상장을 생각하는 회사의 오너와 경영진은 높은 가격에 상장을 하는 것만 목표로 생각하고 상장만 되면 회사는 '꽃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가 빠지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장 주관사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중요하지 그 이후에 주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가 빠지게 되면 경영진과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회사의 전략이나 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과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에 의해서 회사의 큰 방향이나 정책이 정해지는 일도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직원들은 상장 후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수시로 주가를 체크하는 일이 일과가 되고 업무 성과 보다는 주가 움직임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장 후 핵심 인력들이 옵션을 행사하거나 주식을 매도한 후에 퇴사하거나 경쟁사로 옮기는 일들이 생기게 됩니다.
단기 포커스 경영
상장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규제와 공시 의무, 주가 변동에 따른 심리적 압박과 그에 따라 주가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 그것에 수반되는 경영진과 핵심 인력들의 주의 분산 때문에 회사의 시야가 좁아지고 호흡이 짧아지며 장기적인 큰 그림 보다는 단기 실적에 매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중소·중견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으로 인해서 성장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성장판이 닫혀 버리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당장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국영수 등 핵심과목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암기과목에만 치중하다가 실력과 성적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고 결국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오너의 캐시아웃 제약
상장을 하면 오히려 대주주의 캐시아웃은 어려워집니다. 젊은 오너나 창업자들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몇 년 후 은퇴를 고민 중이거나 지분 정리나 캐시아웃을 고민 중인 오너분들이 상장을 솔루션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상장을 하는 순간 대주주의 지분 매각에는 여러가지 제한이 생기고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주주의 완전한 캐시아웃에는 길게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것이 과연 상장의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경우 상장주관사입니다. 높은 가격으로 상장이 되면 주관사는 두둑한 수수료를 챙기고 담당했던 직원들은 큰 인센티브를 받게 되니까요. 그런데 상장 이후에 주가가 하락해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상장으로 인하여 회사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안타깝고 죄송한 일이지만 그건 주관사가 알바는 아닙니다. 주관사는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상장을 해 달라는 고객의 미션을 충실히 수행한 것뿐이니까요. 문제가 생기면 주관사를 탓해서는 안 되고 의사결정을 한 오너나 경영진의 책임입니다.

상장의 대안이 있는건가요? 할 수만 있다면 회사가 확실한 체력을 키울 때까지 비상장 기업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엑싯이나 대규모의 성장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식 시장(public equity market)의 대안으로 PE 시장(private equity market)이 존재합니다. PE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초기 투자자들의 엑싯과 회사에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주주의 캐시아웃을 전부 다 실현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하이테크나 바이오와 같은 몇몇 특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밸류에이션도 상장보다 더 높게 인정받을 수도 있고 한 번에 큰 규모의 투자 유치나 구주 매각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상장 회사로 남아 있음으로서 거버넌스를 단순 명확하게 하고 미래를 위하여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계속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PE파트너를 만난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겠죠.

위와 같은 상장회사로서의 한계와 단점 때문에 주관사의 설득과 영업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상태를 고수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더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장의 폐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대주주나 경영진이 PE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상장(Go Public)의 반대 개념인 자발적 상장폐지(Take Private)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PC회사였던 델컴퓨터(Dell Inc.)가 2012년 PE운용사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 Partners)와 손을 잡고 25억 달러(한화 약 28조원)를 들여서 회사를 상장 폐지한 것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Dell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상장폐지를 추진할 당시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Dell은 시장 리더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안이한 생각과 주가 관리와 단기 실적에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경영으로 작금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을 깨고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개혁(transformation)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하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월스트리트와의 싸움과 주가와의 전쟁에서 벗어나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만 오로지 전념하고 몰두해야 합니다”. 그로부터 5년만에 Dell 은 PC조립업체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Enterprise Solution Software) 업체로 완전히 탈바꿈하였고 상장 폐지 당시에 24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무려 70억 달러까지 치솟게 되었습니다. 과연 Dell이 상장회사로서 이런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절대로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장을 고민 중인 오너와 경영진은 상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나와 우리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꼭 한번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PE와의 파트너십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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