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빗썸, 코인원, 고팍스
사진=빗썸, 코인원, 고팍스
"오래 전부터 당국과 은행에서 감사와 실사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어떤 거래소가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상장피를 받거나 브로커를 통해 상장을 진행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모함이고, 애초에 구조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2일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거래소 상장 브로커'논란에 대해 이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한 국내 매체는 자신을 '거래소 상장 브로커'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업체 관계자 발언을 인용, 브로커들이 가상자산(암호화폐) 발행부터 거래소 상장, 시세 조종까지 가능하며, 작업한 코인들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지면서 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거래소들은 해당 업체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상장 심사시 공식 이메일을 통해서만 접수를 받아 브로커들이 낄 수 있는 루트가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상장 심사 과정도 다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내부 및 외부 상장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관계자는 "2018년부터 업계 상장원칙을 공표해 거래 투명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상장 문의와 진행은 공식 상장 안내 채널을 통해서 코인 프로젝트팀과 직접 소통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브로커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상장 프로세스 진행을 통해 고객들에게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공식 상장 문의 메일로만 접수를 받을뿐 아니라 예비 상장 심사는 물론 몇 주간의 프로젝트 대면 및 실사 인터뷰를 거쳐 상장 심사가 진행된다. 이후 상장심사위원회의 만장일치를 받아야만 상장이 가능하다"며 "우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말 건전한 프로젝트인지 심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은 상장 브로커 및 상장 컨설팅을 명목으로한 대가 요구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고 있고 관련 제보를 공식이메일 통해서 항시 모니터링 중"이라며 "브로커들의 시장 교란과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법적 수단 동원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프로젝트가 심사를 통과해 상장될 가능성은 없으며, 브로커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보도 내용에서의 브로커의 주장은 일방적이고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취재 사실을 몰랐던 브로커 업체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이러한 브로커들은 업황의 건전성 여부와 상관 없이 어느 시장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가 FIU를 중심으로 일일상황반 등을 꾸려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압박하고는 상황에서 브로커 업체들의 주장만으로 시장 상황이 혼탁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민간 브로커 업체가 빗썸 등 대형 거래소 내 상장과 시세 조종을 벌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 컨설팅, 은행 실사 등 감독기관의 전방위적인 감시와 조사가 진행중인데 대형거래소들이 상장피를 받고 브로커를 통해 상장을 진행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혼란한 틈을 타 특정 거래소들을 상대로 무차별 적인 공격과 막무가내식 제보도 넘쳐나고 있다. 진훍탕 싸움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는 지난 4월 마련된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평가 방법론' 지침에 의거, 거래소들의 코인 상장 심사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지침에는 시중은행이 거래소에 신규 코인 상장 및 기존 코인 상장 유지 심사에 관한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은 거래소에서 신규 코인이 상장될 때 평가 일자, 평가 결과, 후속 조치, 최종 승인권자 등에 관한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이 상장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브로커를 통한 코인 상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이영민·김대영·신민경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