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법, ‘스마트제조혁신’
어린 자녀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코로나 시대인 요즘 더 와 닿는 이 말에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자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무럭무럭 성장해 잠재력을 실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는 듯하다.

제조업의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공장의 ‘스마트화’ 즉, 공장이 ‘똑똑해진다’는 의미와 그 필요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공장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듦에 있어 튼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초 체력으로 무장한 건강한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추진단 출범 2년, 저변 확대와 필요성 확산

우리나라는 국내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 개’ 구축을 목표로 여러 정책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출범 2주년을 맞은 현재 스마트공장 신규 구축 및 고도화 사업을 통해 지난해 기준 약 2만여 곳을 변모시켰다. 지난해 누적 목표 건수였던 1만7880개를 웃도는 수치다. 스마트공장 고도화율도 상승세다. 지난해까지의 누적 고도화율을 살펴보면 22.1%까지 올랐다. 국내 제조업계에 스마트공장 도입이 보편화 됐고, 그만큼 폭넓게 활용되면서 각 영역별로 진보가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단계를 밟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14~’18년)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7903개 기업의 변화를 수치로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생산성 28.5% 증가, 품질 42.5% 향상, 원가 15.5% 절감, 납기 준수율 16.4% 향상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점점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로 주변 기업의 이와 같은 변화를 직접적으로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스마트공장에서 산업재해율이 감소(6.2%↓)하고 고용은 증가(2.6명↑)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 청년들이 중소 제조기업 취업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인 기존 단순·반복 작업이나 3D 업무가 디지털로 전환되며 긍정적인 근로 문화까지 불러오고 있다.

스마트제조2.0, ‘고도화’가 핵심

국가 차원의 스마트제조 혁신 기조와 맞물려 스마트공장 도입과 그에 따른 고도화를 꿈꾸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추진단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이와 같은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스마트제조2.0 시대로 나아가고자 각종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핵심 추진 사업으로 인공지능 중소벤처 제조플랫폼(KAMP/Korea AI Manufacturing Platform)의 고도화를 추진한다. KAMP는 중소제조기업의 제조 데이터 수집·분석부터 AI를 통한 솔루션 개발까지 지원하는 민간 클라우드 기반 제조AI 특화 플랫폼이다.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KAMP는 현재 포털을 통해 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뿌리·식품 분야 중심의 핵심설비별 제조 데이터셋(AI 분석을 목적으로 제조 현장에서 실제 설비·공정 데이터를 수집·정제한 데이터 집합체) 12종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제조 현장에서 인간의 ‘감’에 의존해오던 부분들을 첨단 센서나 AI의 진단 등으로 데이터를 취합, 이를 분석해 개선과제를 도출함과 동시에 각 기업에 최적의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이와 더불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솔루션스토어’ 구축을 통해 제조 기업이 다양한 공급기업의 AI 솔루션을 직접 한 곳에서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다른 기업의 사례들과 솔루션을 통한 효과를 미리 살펴보도록 해 제조AI 도입을 적극 독려하는 한편, 솔루션 공급기업에게는 새로운 판로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 개별 기업 단위의 지원을 넘어 공급사슬상 협업하는 기업들을 한데 묶어 각 기업 간의 상생과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디지털클러스터’ 지원사업 역시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스마트공장 선도기업과 협업기업 간 인프라를 공유하고, 연계성을 강화시키면 혁신 노하우가 빠르게 확산될 뿐 아니라, 기술 교류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지원사업은 기반으로 우리 추진단의 역점사업이기도 한 ‘K-스마트 등대공장’ 역시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등대공장’이란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개념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제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공장을 뜻한다. 앞으로 제조업이 가야할 방향을 비춰주는 ’등대’인 것이다. 현재 제조 강국인 독일이나 중국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추진단은 한국 제조기업의 위상과 국가적 제조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당당히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해 ‘등대공장’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추진단의 동력으로, 방향으로

제조 현장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달려온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지난 2년여를 돌아보면 수치로 드러난 성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제조업계의 인식이 달라진 점을 가장 기쁘게 생각한다. 혁신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곧 더 나아가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제조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길고도 중요한 여정이 남아있다. ‘건강하게’ 자란 스마트공장이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통한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에서 나오는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기업이 생산·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더욱더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제조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기대한다면 다른 분야의 빅데이터와 결합해 제조업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공장을 통해 더 많은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기존 제조업의 틀과 세계시장의 벽을 넘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기업 역시 스스로 과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늘 고민하며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기업과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실효성 있는 지원사업으로 승화시켜 참여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추진단이 한 발 먼저 움직이며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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