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최고치에 낮은 예비율 전망…돌발사태 예방이 관건
올여름 '전력 대란' 오나…정부 "가능성 작지만 총력 대응"

올여름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력공급 예비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발전기의 돌발정지 등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면, 2011년 9·15 대정전 같은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전력수급 비상사태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아예 없다고 단정 짓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수요 관리를 철저히 하고 추가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 전력 예비율 최저 4%대 전망…비상단계 발령 가능성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올여름 전력 예비력은 7월 넷째 주에 4.0∼7.9GW(상한전망∼기준전망·예비율 4.2∼8.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비력은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수요를 뺀 값이며, 상한전망은 기준전망에 이상고온 가능성을 반영해 계산한 수치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해 예비력이 상한전망 수치까지 낮아지면 2012년 2.8GW 이후 최저치가 된다.

최근 화재가 발생한 신고리 4호기와 정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등이 재가동되는 8월 둘째 주에는 예비력이 4.8∼8.3GW, 예비율이 5.1∼9.1%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통 기준전망과 상한전망 사이에서 실제 수급 실적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을 고려하면 올여름 실제 예비율은 6∼7%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정상적인 경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비력이 10GW 수준이어야 충분히 안정권이라고 본다.

작년 여름 전력 예비력은 8.9GW, 예비율은 9.9%였다.

111년 만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여름의 예비율은 7.7%였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된다.

예비력에 따라 1단계는 '준비'(5.5GW 미만), 2단계는 '관심'(4.5GW 미만), '주의'(3.5GW 미만), '경계'(2.5GW 미만), '심각'(1.5GW 미만) 순으로 구분되며 단계별 비상 대책이 시행된다.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은 2013년 8월 이후 한 번도 없었으나 올해는 '관심' 단계까지 발령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올해 예비율 상한전망이 4%대까지 떨어진 것은 전력공급은 예년과 유사하지만, 수요가 더 급격하게 늘어서다.

코로나19 회복으로 산업생산이 늘어 산업용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날씨가 예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돼 냉방기기 가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피크 시기 전력공급 능력은 99.2GW다.

이는 지난해 98GW와 비슷한 수준이며, 2018년의 99.5GW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94.4GW)는 2018년의 최대 전력수요 92.5GW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89.1GW)보다도 5.3GW 많다.
올여름 '전력 대란' 오나…정부 "가능성 작지만 총력 대응"

◇ 돌발상황 시 전력 대란 가능성도…"예비자원 최대 확보"
에너지 업계에서는 올해 전력 예비율이 3%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발전기를 동원해도 최대전력 피크 때 공급 예비력이 3.5GW 미만까지 낮아져 전력수급 '주의' 단계가 발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높은 경보 수준인 '심각' 단계에서는 강제 단전 조치인 순환단전이 이뤄진다.

2011년 9·15 대정전이 대표적인 순환단전이다.

전력 대란을 언급할 때 흔히 쓰이는 용어인 블랙아웃(blackout)은 전력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체 전력망이 다운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보다 상한전망 예비율이 아주 낮고 여러 변동성이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4%대 아래까지 예비율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예비율이 예년보다 낮아 긴장은 해야 하지만, 큰 돌발사태가 없는 한 순환정전이나 블랙아웃 사태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이미 영구 폐지한 석탄발전소(삼천포화력 1·2호기, 보령화력 1·2호기)를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폐지가 결정된 발전소를 전력수급을 위해 재가동해도 된다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실제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대책을 설계할 때는 모든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폐지된 발전소 재가동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력수요가 예측 범위를 넘어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해 재생에너지보다 더욱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유지하거나 더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과 같은 일시적인 사태를 에너지전환 정책과 연결 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여름과 비교하면 원전은 신고리 4호기가 추가돼 오히려 설비용량이 1.4GW 늘었고, 석탄은 폐지 및 신설이 상쇄돼 설비용량이 거의 유사하다"며 "올여름 전력공급을 결정한 데는 용량이 아니라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원전 고장이나 정비 일정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연제 연구위원도 "여름 휴가철에 유독 막힌다고 평상시 교통량이 없는 고속도로를 추가로 지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마찬가지로 공급 차원이 아니라 효율적인 수요관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수급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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