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에 적용되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 체계를 놓고 전문가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성장을 가로막아 중장기적으로 국가 세수를 줄이는 비효율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중소기업이 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선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을 만족해야 한다. 독일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엔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고 자산총액이 2600만유로(약 338억원)를 넘으면 일정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연매출 3000억원 미만이라는 조건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를 위한 각종 사전·사후 요건도 대폭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 요건으로 10년 동안 최대주주 지분을 50% 이상(상장기업 30%)으로 규정한 게 대표적이다. 폐업 후 재창업하거나 업종을 바꿔 창업하는 일이 늘면서 이 같은 계속 경영 요건(10년)은 승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후 요건에선 업종 유지나 기업의 근로자 수·급여 총액 유지 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는 2세가 기업 지분을 상속받은 뒤 중분류를 벗어난 업종 변경이 불가능하고, 정규직 근로자 수(혹은 임금총액)의 100%를 7년간 유지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특례 기준을 가업상속공제 수준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창업주 생전에 가업 지분을 넘겨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상속 공제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상장 법인은 주식으로 상속세를 물납하는 방안을 허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상속 주식을 처분해 상속세를 마련할 때 상장법인의 주가가 폭락해 소액주주까지 피해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창업주 사망 시 주가 폭락으로 지분을 매도해도 상속세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통해 차등적인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세청 출신인 김준석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세무사)는 "우리나라 664만개 중소기업 가운데 우량 기업과 좀비 기업이 섞여 있는데 모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문제"라며 "초우량 기업, 성실납세 기업, 일반 기업 등 3개군으로 나눠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를 각기 다르게 적용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첨단업종 기업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대해선 상속세와 증여세 공제 한도를 '무제한'으로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업들의 한국 경제 기여도와 향후 성장시 국가 재정 및 산업·일자리 기여도, 상속증여세 과세 취지 등을 감안할때 공제의 한도와 지분율 규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광장 조세팀의 김상훈 변호사는 현 상속증여세제에 대해 "알을 잘 낳고 있는 닭을 잘 키워서 알을 더 잘 낳게하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잡아 먹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김상훈 변호사는 "세무당국 입장에서 중소기업을 계속 성장시켜 법인세 수익을 장기간 거둬들이는 것이 더 이득"이라며 "세제 요건을 너무 가혹하게 만들어 중소기업이 승계되지 않고 문을 닫게 되면 결국 세수도 더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안대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