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혁신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설문에 참여한 국내 122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기술’과 ‘영역의 파괴’를 혁신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으로 꼽았다.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와 함께 혁신기업 CEO 설문을 한 결과 CEO들은 ‘시장을 선도하는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개척’을 혁신기업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우선 조건이라고 답했다.

두 가지 핵심 조건 이외의 요인에 대해선 업종마다 의견이 갈렸다.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 CEO들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시장 경쟁력 강화’를, 미래기술과 바이오 관련 기업 CEO들은 ‘제품 공정 개선 및 생산성 확대’를 혁신기업에 필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반면 금융투자회사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CEO(30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혁신기업의 핵심 조건이라고 답했다. 투자자로부터 향후 혁신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ESG 관련 활동이 점차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달리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 기업들은 ESG보다 신기술 개발과 특허 출원, 사업 영역 확대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꼽았다. 헬스케어, 미래 이동수단(future mobility) 등이 뒤를 이었다. 엄기홍 입소스 이노베이션서비스본부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빅데이터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EO들은 ‘인재 부족’, ‘정부의 규제와 지원부족’ 등을 기업의 성공적인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기도 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인재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외에 IT기업들은 ‘정부 규제’를,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 관련 자금 부족’을 혁신 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미래기술, 바이오 관련 기업 다수는 ‘혁신을 위한 파트너 부족’, ‘회사 내 혁신 관련 기술 부재’를 혁신 장애물로 보고 있었다.

성공한 혁신 기업에 대한 뚜렷한 롤모델이 없다 보니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어렵다는 CEO도 다수였다. 곳곳에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벤치마크’로 삼을 만한 기업이 없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에서 기업의 혁신 과정에서 영향을 받았거나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기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9%, 바이오 기업 CEO의 경우 52%가 ‘무응답’을 택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독자적으로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