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탓에 수확량 저조…도매가 전년보다 10%가량 밑돌아
강원 내륙 농가 햇감자 수확 한창…"제값 받아야 할 텐데"
"장맛비 내리기 전에 (햇감자를) 모두 수확하느라 정신없습니다.

농사는 하늘이 돕는 거라지만 올해는 영 재미가 없네요.

"
30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원평리에서 4천960㎡(1천500평) 규모로 농사를 짓는 양찬식(57) 씨는 곧 장마가 온다는 소식에 트랙터를 분주히 몰아 감자 캐기에 한창이다.

쟁기가 지나간 자리마다 노란 수미감자가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강원농협 임직원과 대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밭으로 찾아와 일손을 거들었다.

양씨는 수확을 돕는 학생들이 고마우면서도 박스에 담긴 감자를 보면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기대했던 것만큼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 내륙 농가 햇감자 수확 한창…"제값 받아야 할 텐데"
지난 4월 씨감자를 잘라 밭에 심을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아 씨알 굵은 감자가 주렁주렁 열리길 내심 바랐다.

하지만 5월부터 최근까지 잦은 비가 내려 방제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줄기가 썩어들어가는 병이 돌기까지 했다.

양씨는 "감자 알이 작아 특등품을 많이 출하긴 힘들 것 같다"며 "수확량이 평년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감사 농사를 짓는 김여호(57)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수확을 앞두고 비가 잦아서 썩은 감자가 나오기도 한다"며 "대풍을 기대했지만 감자 알이 작아서 실망"이라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올해 감자 가격이 예년만 못해 걱정이 크다.

2년 전에는 대풍으로 전국에서 감자가 쏟아진 바람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저장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아둬야만 했다.

일부 농가는 창고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길바닥에 감자를 쏟아버리기까지 했다.

강원 내륙 농가 햇감자 수확 한창…"제값 받아야 할 텐데"
다행히 지난해에는 가격이 많이 올라 농민들은 수확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강원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된 하지감자 도매가는 평년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농협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서춘천지역에서 생산된 햇감자는 20㎏ 기준 현재 1만8천∼1만9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만2천∼2만4천원을 10%가량 밑도는 수치다.

농협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남부지방에서 출하된 봄 감자의 영향으로 강원 하지감자 가격대가 조금 낮게 형성됐다"며 "평창, 강릉, 정선 등 고랭지 감자는 재배 면적이 평년 대비 6.6% 줄어들어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내륙 농가 햇감자 수확 한창…"제값 받아야 할 텐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