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아직 RE100에 가입하지 않았다. 국내에선 제도 및 인프라 미비로 싱행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은 100%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 지난해 RE100 기준에 이미 도달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태양광 발전 시설.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태양광 발전 시설. /제공=삼성전자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수급 100%를 달성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다. 2014년 영국 비영리기구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국제단체인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RE100 선언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6월 말 기준 애플, 구글, BMW 등 316개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 글로벌 업체들은 국내 협력업체에까지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좁은 국토 면적과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의 어려움, 한국전력의 전력 독점판매 제도 등 국내에서 RE100을 실천하기는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있다. 한국전력은 ’한국형 RE100‘을 시도하는 중이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국내도 가입 늘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는 아직 RE100에 가입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국내가 아닌 해외 사업장에서만 RE100을 준수하고 있다. 2018년 유럽과 미국, 중국 등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 전력을 100%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에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국내에서도 매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기흥, 화성, 평택, 온양 등 4개 사업장 내 주차장에 축구장의 약 4배 크기로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화성과 평택캠퍼스 일부 건물 하부에서 지열발전 시설을 운영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아직 RE100 가입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왜 그럴까. 국내 재생에너지 거래 인증 제도가 도입 초기여서 실행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김석기 당시 부사장은 삼성전자도 RE100 가입 의향이 있다면서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면 적정한 시기에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SK그룹 8개사(㈜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했다. SK그룹의 뒤를 이어 LG에너지솔루션도 세계 배터리 기업 중 처음으로 RE100을 선언하고 가입을 완료했다.

뷰티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재생에너지 업계에서 한화솔루션의 그린에너지부문 한화큐셀이 RE100을 선언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공공기관에서는 처음으로 RE100을 선언했다. 여타 기업들과 공공기관들도 올해 내 RE100 선언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아직 RE100에 참여 못 한 이유

풀기 어려운 K-RE100의 난제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이유는 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지점인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한 곳이 많아서다. 하지만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발전원별 킬로와트시(kWh)당 구입 단가는 신·재생에너지(149.9원, 정부 보조금 합친 금액)보다 원전(59.69원), 석
탄(81.62원), 수력(81.73원), LNG복합(99.25원)이 휠씬 저렴한 상황이다.


또 한전이 블룸버그NEF를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설명해주는 메가와트시(MWh)당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태양광 106달러, 육상풍력 105달러로 세계평균(태양광 50달러, 육상풍력 44달러)보다 2배가량 비싸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여타 발전에 비해 비싸 가격 경쟁력 면에서 뒤떨어진다.

신·재생에너지 생산규모도 작다. 한전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생산 규모도 전체 전력의 8% 수준으로 영국(40.5%), 독일(39.9%), 호주(23.8%), 미국(19.4%)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전력 구조도 지역 발전으로부터 한전이 전기를 구매해 독점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 있다. 전력 구조도 지역 발전으로부터 한전이 전기를 구매해 독점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 있다.

현재의 여건상으로는 한전이 RE100 기업들을 위해 내놓은 정책 중 하나를 택해 전력을 구매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전은 녹색 프리미엄(녹색 요금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가발전, 제3자 전력공급계약(PPA) 제도, 지분 참여 등 다섯 가지 방법을 내놓았다. 이 중 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에서 공고하는 입찰에 참여, 기존 전기요금에 더한 별도의 비용을 한전에 납부해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가격이 비싸 한전의 1차 입찰에서는 전체 전력(1만7827GWh)의 7%(1252GWh)밖에 팔리지 않았다.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검토를 거쳐 2차 입찰을 7월 내 진행할 계획이다.

REC 구매는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REC)를 에너지공단이 개설한 REC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전력소비자(기업)가 전기 또는 REC를 구매하고, 구매한 REC를 RE100 관리 시스템에 제출하면 된다. 에너지공단은 지난 3월 모의 시범 거래를 마쳤고, 올 하반기에 REC 구매 본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아직 RE100에 참여 못 한 이유

제3자 PPA의 경우 한전의 중개를 통해 전력소비자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서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전력 시장 밖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정식 시행은 하반기에나 가능해질 예정이다. 앞으로는 한전의 중개 없이도 직접 전력 거래를 할 수 있는 제도도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비용 부담과 제도 미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따라 한국에서 진정한 RE100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기후그룹이 지난해 연례보고서 내 RE100 회원사 26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대만, 호주,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대 국가에 들었다.

기후그룹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용 가능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한 데다 개별 에너지 생산자에게서 전력을 구매하지 못하는 제도(PPA 미비)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선언한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한전 외의 제3자 PPA를 장려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원산지 보증서를 인증하는 방법(K-REGO)이 열릴 수 있다”고 열린 가능성을 언급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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