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퇴직 공무원의 반전 드라마…"요알못이라 좋은 재료 썼죠"
“돈가스는 튀긴 지 30분만 지나도 맛이 확 떨어집니다. 매출 감소도 걱정됐지만 맛을 보장하지 못하는 음식을 배달할 순 없었습니다.”

문래동돈까스는 최근 인기 지역으로 떠오른 서울 문래동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당 중 하나다. 옛날 경양식 돈가스를 주로 판매한다. 제주도 흑돼지를 쓴 대표 메뉴 ‘문래동돈까스’(사진) 가격은 8000원.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매달 5000만~6000만원대 매출을 낸다. 고민 끝에 음식 맛을 지키기 위해 배달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2017년부터 4년째 이 가게를 운영하는 송범수 사장은 공무원 출신이다. 50세가 넘어 직장에서 퇴직했는데 재취업이 여의치 않았다. 먹고살기 위해 뛰어든 분야가 자영업이었다. 돈가스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송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해본 적도 없는 중년 남성이 식당을 창업하기는 쉽지 않았다. 레시피를 정하는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유명한 돈가스 식당마다 찾아다니며 “돈을 받지 않고 일하겠다”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사장보다 나이가 많다”는 핀잔도 들었다. 인터넷을 수없이 뒤지며 혼자 요리법을 개발해 26㎡짜리 작은 식당을 냈다. 당시 테이블은 4개.

“처음 몇 달은 헤맸죠. 하루에 세 접시밖에 팔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레시피를 연구했습니다. 7~8개월째 되면서부터 손님이 차차 늘기 시작했어요.”

‘요리에 자신없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기 위해 식재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값비싼 제주산 흑돼지를 쓰고, 소스에도 가장 비싼 재료를 넣었다. 그러자 맛이 좋아졌다. 일반 돈가스집의 식재료 비용은 매출의 35% 수준. 하지만 문래동돈까스는 이 비중을 약 41%로 높였다. 이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맛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송 사장은 “순이익이 매출의 12% 수준으로 평균(15~18%)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코로나19로 식재료비도 상승했지만 음식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래동돈까스는 최근 가게 자리를 옮겼다. 이전 가게에서 2분 거리에 있는 건물이다. 위치상 큰 차이가 없지만 손님들의 편리함을 위해 이전했다. 건물에 단독으로 입점해 화장실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고, 테이블을 12개로 늘려 매장 규모를 키웠다. 리모델링에만 1억원을 썼다. 송 사장은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정성과 투자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홍보도, SNS도 잘 못하지만 손님 한 명 한 명이 ‘8000원에 한 끼 잘 먹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비씨카드 공동기획 ‘장사의 신’ 시리즈는 전국 300만 비씨카드 가맹점(프랜차이즈 제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100곳을 선정해 코로나19 위기에도 도약한 비결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2019년 이후 지난달까지 월평균 매출(비씨카드 결제 기준)이 1000만원 이상이면서 지난해에도 매출이 증가한 업체 순으로 분석했습니다.

노유정 기자/김민형 인턴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