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시장 접수 나선 삼다수 "에비앙 잡을 것"
제주 삼다수는 부동의 국내 1위 ‘먹는 샘물’이다. 61개 업체, 384개 생수 브랜드가 난립하는 와중에도 시장 점유율이 40.7%(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1998년 첫선을 보인 이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한 번도 없다. 소매점 판권을 맡긴 광동제약 매출을 제외한 삼다수의 지난해 매출은 2942억원이다.

선두 자리를 지키는 비결은 두 가지. 세계적으로도 세 개(삼다수 볼빅 피지)밖에 없는 천연 화산 암반수라는 천혜의 조건에 생수 사업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 더해진 결과다. 제조사인 제주개발공사에는 49명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물 R&D센터’가 있다.

국내 친환경 기준 선도하는 ‘삼다수’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사진)은 올초 새로운 ‘모토’를 제시했다. 생수업계에서 대한민국 친환경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일부 업체의 보여주기식 무(無)라벨 생수와 차원이 다른 제품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美·中시장 접수 나선 삼다수 "에비앙 잡을 것"
김 사장은 “속된 말로 계급장(라벨) 떼고도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라벨을 없애는 것 외에도 생수병의 플라스틱 함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D센터 덕분에 내년 업계 최초로 재활용 생수 페트병을 선보일 준비도 마쳤다. 김 사장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식품 용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법령 개정이 마무리되면 약 10만t의 플라스틱을 감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박사급 인력 17명이 포함된 물 R&D센터는 수원(水源)의 품질과 수위를 점검하고, 친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라벨을 뗀 자리에 네 개의 기둥 모양 선(線)을 만든 건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뚜껑을 딴 뒤에도 삼다수 페트병 특유의 사각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년엔 묶음 제품에만 한정돼 있는 무라벨을 편의점 등에서 파는 낱개 상품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묶음용 수축필름도 투명 바이오 물질로 개발 중이다. 김 사장은 “올해 R&D센터를 국가공인검증센터로 승격할 예정”이라며 “제주개발공사가 물 과학에 대해선 한국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에비앙과 맞짱’

최근 삼다수는 수출길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아직 집계할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국내 생수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이 삼다수”라고 말했다. 설비를 24시간 돌려 생산하는 삼다수 물량은 96만t 규모다. 제주도에서 공사에 허용한 삼다수 채취 상한선이 연간 160만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K팝 등 한류 확산에 힘입어 대만에선 에비앙 등 글로벌 생수 브랜드를 제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대만 세븐일레븐에 삼다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며 “하루 5000병 이상 팔리며 생수 브랜드 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에도 올해 처음 상륙했다. 28일 현재 삼다수는 27개국에 수출된다. 김 사장은 “경수(센물)인 에비앙을 즐기던 외국인들도 목넘김이 좋은 삼다수 같은 화산 암반수(연수 또는 단물)를 마시면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며 “삼다수가 글로벌 물 브랜드로 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했다.

삼다수의 끊임없는 변신엔 ‘공기업답지 않은’ 제주개발공사의 혁신 DNA가 자리잡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먹는 샘물에 관한 법제화가 이뤄진 이후 국내 처음으로 제주 물 상업화에 도전한 곳이 제주개발공사다. 김 사장은 “당시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스타트업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