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퍼블리카 "워런 버핏도 개인퇴직계좌에 거액 넣어둬"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도 유명한 미국 억만장자 피터 틸이 노후 생활 보장을 지원하기 위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퇴직연금 상품에 약 50억달러(약 5조6천억원)를 모아둔 것으로 전해졌다고 25일(현지시간) NBC 뉴스가 보도했다.

이 소식을 처음 보도한 미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틸은 '로스 개인퇴직계좌(IRA)'에 50억달러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틸의 로스 IRA 계좌는 가입 초기 2천달러도 안 되는 자산으로 시작됐지만 틸이 페이팔과 페이스북 창업 초기에 저가에 산 주식을 이 계좌에 넣어둬 어마어마한 자산을 '돼지 저금통'처럼 세금을 내지 않고 모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1천700달러에 산 것으로 알려진 페이팔 주식 170만주 등이 대표적인 틸의 로스 IRA계좌 자산 증식 사례로 제시됐다.

IRA는 한국의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유사하게 국민들의 노후 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미국의 세제 지원 금융상품으로, 일반적인 IRA는 납부금에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하지만 1997년 도입된 로스 IRA는 납부 때가 아닌 인출할 때 비과세 혜택을 적용한다.

결국 애초 납입한 자산이 불어난 데 따른 자본 이익에 대한 세금을 미국 갑부들이 이 계좌를 이용해 회피할 수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틸뿐만 아니라 2018년 말 현재 헤지펀드 부자 로버트 머서(3천150만달러),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2천20만달러) 등도 거액을 로스 IRA 계좌에 넣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공개 연방국세청(IRS) 자료를 입수해 미국 최상위 부자들의 '쥐꼬리' 세금 납부 현황을 기사로 다루기도 한 프로퍼블리카는 피터 틸 등의 로스 IRA 계좌에 대해 불법이라는 식의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상원 금융위원장은 프로퍼블리카 기자에게 "IRA 제도는 중산층 가정의 은퇴 후 노후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지 억만장자들의 세금 회피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갑부들 비과세 퇴직계좌로 돈 모아"…피터 틸은 5.6조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