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은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 내용이 복잡하다는 편견을 깨는 ‘온라인 미니보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월 1000원 안팎에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 월 1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변액보험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하위권 생보사들은 코로나19 백신의 아나필락시스 쇼크,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 스마트폰 이용으로 생긴 거북목 등에 보험금을 주는 ‘이색 틈새상품’도 쏟아내고 있다.
미세먼지 질환, 백신 쇼크…꼭 필요한 '미니보험' 하나만 챙기세요

월 1000원 안팎 ‘미니 암보험’

2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지난해 온라인 채널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납부한 첫 보험료)는 252억원으로, 1년 전(168억원)보다 50% 급증했다. 생보협회 측은 “업체마다 보험료는 저렴하면서 수요가 높은 특정 질환·상해를 집중 보장하는 온라인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결과”라고 했다.

생보사 온라인 미니보험은 대부분 보험기간이 짧고 가격이 싼 소액 단기보험이다. 대표적 유형으로 우선 가입자가 스스로 설계하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의 건강·암보험을 들 수 있다. 발생 빈도가 높은 주요 암 보장에 특화하거나 특정 종류의 암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 오마이픽 암보험’은 필요한 부위만 골라 보장받는 DIY형 미니 암보험을 표방하고 있다. 1년 만기 갱신형으로 가입하면 보험료가 월 최저 1000원대로 저렴하다. 삼성생명의 ‘미니 암보험 2.0’ 역시 모든 암을 보장받을지, 3대 암(위암·폐암·간암)을 집중적으로 보장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미세먼지 창궐 등에 따라 발생하는 현대인의 ‘생활 질환’을 겨냥한 미니보험도 늘고 있다. KDB생명 ‘스마트폰 질환 보장보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많이 쓰면 걸리기 쉬운 ‘VDT증후군’에 특화했다. 안구건조증, 손목터널증후군, 근막통증증후군, 거북목증후군 등에 수술·입원비를 준다. 40세 남성 기준 1800원만 내면 1년 동안 보장받는다. 흥국생명의 ‘들숨날숨 건강보험’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 수술비와 기관지·폐암 진단비를 보장한다. 1년치 보험료가 30세 남성은 1100원, 여성은 700원에 불과하다.

코로나 백신보험에 몰리는 30대

코로나19 관련 보험은 최근 미니보험 시장에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라이나생명 ‘안심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보험’은 대표적 백신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200만원을 지급한다. 40세 남성의 경우 보험료는 1560원이다. 라이나생명 측은 “이달 들어 예비군·민방위 대상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30대 남성의 가입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m특정감염병 사망보험’은 코로나19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일 때 2000만원을 지급하며 보험료는 딱 500원이다.

취미·레저활동과 관련한 상해 보장보험도 다양해졌다. 신한생명 ‘스포츠&레저 보장보험’은 보험료를 한 번만 내면 1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보장받을 수 있다. 흥국생명 ‘헬린이 보장보험’은 성별·나이 구분 없이 보험료가 연 9900원이다. 메트라이프생명 ‘미니 재해보험’은 평균 5000원대 보험료에 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골절을 1년 동안 보장해 준다.

수익 안 나면 사업비 안 떼는 변액보험

높은 보험료 탓에 젊은 층엔 진입장벽이 높았던 변액보험도 온라인에서만큼은 문턱을 낮췄다. 미래에셋생명은 최저 가입 금액을 월 1만원으로 낮춘 온라인 변액보험을 내놨다.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 상상e상 변액연금보험’은 업계 최초로 변액보험 사업비를 가입자의 수익률과 연동했다. 투자수익이 나지 않은 달에는 보험사가 사업비를 떼어가지 않는다. 교보생명은 자금이 너무 오래 묶이지 않게끔 만기를 3~5년으로 줄인 ‘미니 저축보험’을 선보였다.

미니보험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디지털화 흐름에 따라 꾸준히 커질 전망이다. 생보협회는 “MZ세대 수요에 부응하는 온라인·모바일 미니보험 상품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