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

코로나 뚫은 대박집의 비결
(4) 직원이 경쟁력

한경-비씨카드 빅데이터 기획

연남동 미쁘동
인건비 2배 들지만 사람이 경쟁력
손님에 서비스 좋으면 '고속 승진'도
김정훈 미쁘동 사장이 24일 손님으로 가득 찬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김정훈 미쁘동 사장이 24일 손님으로 가득 찬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핫플레이스’가 즐비한 서울 연남동. 아기자기한 상점과 깔끔한 거리 이면엔 강자만 살아남는다는 ‘정글의 법칙’이 있다. 여러 가게가 생겼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정글에서 ‘미쁘동’은 입장을 위해 두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1주일 매출 3500만원, 한 달 매출 1억5000만원을 찍는다. 언뜻 ‘떼돈’을 버는 것 같지만 현실은 아니다. 직원과 재료에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서비스 경력이 10년을 넘긴 김정훈 사장(30)은 “창업 원금을 손해 보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긴 이후 가져가는 수익을 직장인 월급 수준으로 맞췄다”며 “손님은 재료와 서비스가 개선되는지, 후퇴하는지 전부 눈치를 챈다”고 말했다.
“가족처럼 손님을 챙겨라”
미쁘동은 각종 해산물 덮밥과 연어국수 등을 파는 집이다. 이름은 ‘믿음직한’이란 뜻의 순우리말 ‘미쁘다’에서 따왔다. 믿음직한 음식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김 사장에게 재료(맛)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직원(서비스)은 손님과 가게를 잇는 가교다. 다리가 부실하면 진심이 오가기 힘들다. 그가 직원 수를 늘리고 급여도 높이 책정하는 ‘직원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다.

테이블 10개인 미쁘동에서 동시간대에 일하는 직원은 다섯 명. 테이블 두 개당 한 명의 직원을 배치한다. ‘파인 다이닝’ 식당 수준의 인력이다. 일반음식점은 테이블 다섯 개당 한 명을 두는 게 기본이다. 파인 다이닝 식당은 음식값에 이 같은 인건비가 반영돼 가격대가 높다. 반면 대표 메뉴인 미쁘동(1만4000원)은 아니다. 덮밥은 비싸게 받으려 해도 한계가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인건비가 두 배 이상 들지만 김 사장은 “직원이 경쟁력”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직원이 테이블에서 멀리 있으면 ‘저기요’ ‘여기요’ 하며 부르기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다른 손님도 좋은 공간을 즐기러 왔는데 그런 소음에 매장이 소란스러워진다”고 했다. 직원은 가까이에서 손님이 찾기 전에 서비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음식을 더 먹고 싶어도 ‘더 주세요’ 하기는 민망하다”며 “먼저 ‘더 드릴까요’ 물었을 때 ‘네’라고 대답하긴 쉽다”고 덧붙였다.

식당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신경훈 기자

식당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신경훈 기자

그는 직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왔을 때처럼 손님을 챙겨달라고 주문한다. 갓 들어온 사람이 추워 보이면 담요를, 더우면 얼음을 챙겨주는 식이다. “관심에서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직원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쁘동 직원들에겐 ‘성과에 따른 급여’가 확실하게 적용된다. 수습, 사원, 시니어스태프, 캡틴으로 직급을 나눠 서비스가 좋으면 1주일 만에도 ‘승진’을 시킨다. 파트타임이지만 시급 1만3000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많은 식당에서 ‘최저임금=시급’으로 고정된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더 올려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훌륭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급여를 만들어주는 게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좋다는 생각에서다.

서비스 수준이 미흡하면 오래 같이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홀에 다섯 명의 직원이 있다 보니 ‘남이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다”며 “그런 직원과 같은 급여를 받으면 다른 직원의 서비스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료값 비중이 음식값 절반 넘어
재료 또한 미쁘동의 핵심 경쟁력이다. 번거롭고 고단한 일이지만 김 사장은 생선을 통째로 들여온다. 생선이 오면 직접 피를 뽑은 뒤 발라내 포를 뜨고 염장·숙성한다. 재료가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365일 신경 써야 한다. 그는 “날것을 손질하고 숙성하는 일은 조금만 방심해도 재료가 상해서 쉽지 않은 과정”이라며 “하지만 직원에게만 맡기면 그만뒀을 때 낭패를 볼 수 있고 기성품은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손질한다”고 말했다.

미쁘동의 가격은 1만4000원. 그러나 이 중 약 52%인 7300원이 순수 재료값이다. 가게 월세와 인건비, 각종 비용은 별도다. 김 사장은 “다른 집은 재료 비중이 아무리 높아도 40%대, 일반적으로는 30%대”라며 “인건비 비중이 커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오래가려면 마진을 낮춰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쁘동이 쉬는 시간이나 휴일 없이 운영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손님이 찾으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명절엔 오히려 매출보다 인건비가 더 높은 경우도 있지만 김 사장은 “그런 날이야말로 오랜만에 만나 미쁘동에 의미를 두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박예린 인턴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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