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이 운영 중인 배달로봇이 고객에게 와인을 배달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이 운영 중인 배달로봇이 고객에게 와인을 배달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전략기획실이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벤치마크 모델은 항공사다. 모바일 체크인을 도입한 항공사들이 소비자 편의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무인접객 시스템 등 특급호텔들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관련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호텔의 디지털화

호텔산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해외 고객 비중이 높은 국내 호텔업은 초토화 직전이다. 국내 1위인 롯데호텔(국내 20개, 해외 12개)조차 올 1분기에 7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정이 이렇자 호텔들의 변신이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호텔은 배달 로봇, 무인 환전 키오스크 등을 도입했다. 롯데호텔과 조선호텔은 객실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해 음성으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고정비 절감을 위해 호텔 운영 시스템의 무인화에도 나서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23일 “특급호텔의 핵심은 여전히 대면 접객이지만 무인 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체크인 및 스마트키 서비스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예약실 인원만 줄여도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며 “호텔리어의 꽃이라고 불리는 예약과 프런트 업무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텔 변신 돕는 스타트업 부상

호텔들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관련 비즈니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바카사, 선더가 대표적이다. 미 전역에서 호텔 등 각종 숙박시설의 예약, 마케팅 등을 통합해 위탁운영하는 유니콘기업들이다. 상장사인 선더의 매출은 약 3조원에 달한다.

로봇·AI·무인화…특급호텔의 '디지털 변신'
국내에선 2015년 창업한 디지털호텔 위탁운영기업인 H2O가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한 이웅희 대표(사진)가 창업한 H2O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호텔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판매채널관리시스템(CMS) 예약관리시스템(PMS) 객실관리시스템(RMS) 현장관리시스템(FMS)을 연동해 통합 운영체제를 만든 건 세계적으로 유일하다”며 “1000실을 기준으로 약 40명이 해야 할 일을 중앙에서 한두 명이 해결해주는 게 H2O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H2O는 한국 일본 태국 등에서 7500개 객실을 운영 중이다. 일본에선 5성급 호텔 한 곳이 최근 H2O와 계약을 맺었을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디지털 무인화를 하는 순간 고정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초고가 특급호텔을 제외하고 어지간한 호텔은 무인으로 했을 때 이용자 불만도 훨씬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H2O의 올해 순매출 예상액은 약 150억원,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8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특급호텔도 정보기술(IT) 투자 속도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힐튼만 해도 코로나19를 거치며 자사의 최고 우선순위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된 마케팅’을 꼽았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롯데를 비롯해 국내 특급호텔 모두 데이터 축적과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호텔의 무인화가 빨라질수록 객실 차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은 공유 시설보다 자신만의 공간인 객실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