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와중에 자산거품이 붕괴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75%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경제가 정상 경로대로 갈 경우 성장률을 4.0%로 제시한 상태다. 민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자산거품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도 시사했다.

가계·기업빚 4226조…한은 "최악땐 올 성장률 -0.75%로 곤두박질"
한은이 22일 발표한 ‘2021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가계신용)는 2045조원, 기업부채(기업신용)는 2181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1년간 가계부채는 202조원, 기업부채는 160조원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비율은 각각 104.7%, 111.6%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말과 비교해 각각 9.1%포인트, 6.8%포인트 뛰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민간부채 비율은 216.3%로 1년 전보다 15.9%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에 비해선 2.3%포인트 뛰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1분기 말 이후 최고치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것은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 등을 사들이기 위해 가계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현금흐름이 팍팍해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차입금을 늘리면서 기업부채도 증가했다.

한은은 민간부채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경로로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이번에 산출한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낸 금융취약성지수(FVI: 주택가격 상승률 등 39개 지표로 산출)는 올 1분기 58.9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60.0) 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현재 금융불균형 수준에서 10% 확률로 발생하는 ‘극단적 경제적 충격’이 나타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75%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극단적 경제적 충격은 세계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 등이다.

한은은 FVI가 올해부터 2024년까지 갈수록 올라가고, 그해에 10% 확률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이 나타나면 2024년 성장률은 -2.2%를 기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2.4%)보다 4.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한은은 이처럼 나빠지는 금융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정책 결정 과정에서 누적되는 금융불균형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절한 시점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