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독립' 이끈 국내 유일 오리온 감자연구소 가보니

10년 연구한 감자칩용 '두백'
전분 많고 수분 적어 식감 바삭
해외서 수입하던 '종자 독립' 이뤄

6~11월엔 국산 감자로 생산
강원 평창에 있는 오리온 감자연구소 감자밭에서 캔 두백 씨감자.  오리온 제공

강원 평창에 있는 오리온 감자연구소 감자밭에서 캔 두백 씨감자. 오리온 제공

1988년 포카칩 출시 당시 오리온은 고민이 많았다.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감자 품종인 수미 감자는 수분이 많아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린 감자칩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호주 등에서 수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서 감자를 수입해 감자칩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입 품종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오리온은 고민 끝에 연구소를 세웠다. 국내 최초의 감자 전문 연구소 ‘오리온 감자연구소’다.
‘종자 독립’ 이뤄낸 감자연구소
강원 평창에 있는 오리온 감자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이 더 맛있는 감자를 개발하기 위해 365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연구원은 10명 남짓.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에서 감자연구소를 운영하는 기업은 오리온뿐이다. 연구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권혁용 오리온 AGRO팀장은 “‘좋은 제품은 좋은 원재료에서 나온다’는 오리온그룹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감자연구소”라며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감자칩을 만들기 위해 30년 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국내 감자칩의 ‘종자 독립’을 이뤄냈다. 10여 년간 연구한 끝에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하던 대서 감자를 대체하는 품종인 두백 감자를 개발했다. 두백 감자는 수미 감자에 비해 전분도가 높고, 수분이 적어 감자칩을 만드는 데 적합한 품종이다. 튀겼을 때 갈색 반점이 나타나는 대서 감자의 단점도 보완했다. 황순원 오리온 종서개발파트장은 “감자 요리를 할 때는 수분이 많은 수미 감자가 좋지만 감자칩을 만들 때는 두백 감자보다 좋은 품종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백 감자엔 ‘로또 감자’란 별명이 붙었다. 두백 감자처럼 우수한 품종이 나올 확률은 로또에 가깝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감자연구소에서 감자 품종을 개발하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계속해서 다른 종자와 결합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품종의 우수성을 테스트한다. 개발한 품종이 우수하더라도 국내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지 않으면 폐기한다. 황 파트장은 “10여 년간 최소 50만 번의 종자 결합과 테스트 끝에 탄생한 품종이 두백 감자”라고 설명했다.
감자칩 제철은 6월부터
오리온은 평창 감자연구소 인근 80만㎡ 규모의 감자밭에서 두백 씨감자를 키우고 있다. 여기서 재배한 씨감자를 수매 계약을 맺은 전국 400여 농가로 보내 오동통한 감자로 키운다. 이 감자들은 이후 오리온의 감자칩으로 태어난다. 1년에 오리온이 감자칩 생산을 위해 소비하는 국산 감자는 약 1만3000t에 달한다.

국산 햇감자는 보통 6월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6월에 생산된 포카칩과 스윙칩 등은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이라는 얘기다. 국내 감자 수확 시기는 6월부터 11월. 감자 수확 시기가 아닌 11월 이후부터는 수입 감자로 감자칩을 만든다. 황 파트장은 “일반인은 맛을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국산 햇감자로 만든 포카칩이 수입 감자로 만든 포카칩보다 더 맛있다”며 “국내에서 감자를 수확하는 6월부터 11월까지가 감자칩 제철인 셈”이라고 했다.

‘제철 감자칩’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감자칩 뒤에 적힌 원재료명을 확인하면 된다. 국산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은 ‘감자(국산)’라고 쓰여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수입 감자로 만든 감자칩이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제철 국산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을 찾아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말했다.

평창=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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