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표이사에게 날아든 평사원의 항의편지
"회사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알게 됐다. 대표이사의 공식 답변을 요구한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온 며칠 후 삼성전자 영업사무직 평직원인 S씨가 김기남, 고동진, 김현석 대표이사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일부다. 그동안 경영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임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던 법원이 이전과는 정반대 판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에는 비상이 걸린 가운데 노사관계에도 갈등의 씨앗이 잉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지난 21일 '대표이사에게 날아간 평직원의 항의편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노조는 "재판정에서 나온 회사측 발언에 실망한 삼성전자 평직원이 이메일로 대표이사에게 항의했다"며 "여전히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를 도구로 생각하는 경영진과 무노조 정책 바뀐 것 없는 삼성에서 목소리 내기 시작하는 노동자"라는 설명을 붙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경영성과급이 반영되지 않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받았다며 차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결과는 지금껏 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원고의 승리, 삼성전자가 패소했다.

삼성전자는 이전에 주장했던 논리대로 "성과·목표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이 아니라는 근거로 △인센티브는 사업부 별 경영목표의 달성 내지 경제적 부가가치(EVA) 발생이라는 우연한 요건을 전제로 하는 금품이어서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고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이 사업부 별 경영목표 달성(목표 인센티브)이나 경제적 부가가치의 발생(성과 인센티브)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해 인센티브는 근로제공과 관련성이 없으며 △경영목표의 달성 및 경제적 부가가치의 발생 여부는 세계 및 국내 경제상황, 동종업계 동향 등 개별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이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각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노조는 S씨가 판결 결과와 별개로 판결문에 적시된 회사측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이메일을 통해 묻고 공식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삼성은 직원에 대한 성과보상 등 실제 급여를 어떻게 해서든 줄이려고 애쓰면서 밖으로는 엄청난 보상을 베푸는 것처럼 보이려 애를 쓴다"며 "직원들을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월급도둑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선언 이후 삼성 계열사에는 노조가 속속 설립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21일 노조 간부 중심이긴 하지만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소송의 '불똥'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삼성의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