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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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추가 세금 부담액은 5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기본소득의 찬성 논리에 동의하지 못했고,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증세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다.

"기본소득 50만원 받을래요", 세금은?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2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학술지 예산정책연구에 게제한 보고서 '한국인의 복지 및 기본소득 관련 증세 태도 연구'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 주도로 지난해 10월 진행한 2502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받기를 희망하는 기본소득 금액'을 묻는 질문에서 월 50만원을 선택한 사람이 20.8%로 가장 많았다. 이는 조정훈 시대정신 국회의원이 발의한 기본소득 법안의 제2안에 해당한다. 월 30만원이 16.7%로 뒤를 이었다. 100만원을 받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도 14.7%에 달했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해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세금액은 기본소득금액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의 추가 세금 부담액은 월 4만7000원에 그쳤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증세 방안에 대해선 '법인세'와 '재산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본인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소득세나 소비세 증세 대신 기업과 부자를 상대로 세금을 더 걷어야한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세금 부담이 있다면 기본소득 제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도 많았다. 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 비중은 기본질문에서 26%에 그쳤지만 세금을 더 내는 것을 가정한 질문에서는 39.0%로 높아졌다. 이는 찬성 비중(33.7%)을 상회하는 수치다.

공부 더 한 사람일수록 기본소득 반대

기본소득과 관련한 태도에 대한 영향요인 분석 결과 학력이 높을수록 기본소득 증세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소득 찬성 논리에 대한 동의하는 정도도 고학력일수록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찬성 논리를 얼마나 동의하는지 묻는 5점 만점의 조사에서 대학 졸업자와 대학원 이상 졸업자의 점수는 각각 3.43점, 3.21점에 그쳤다. 초등학교 졸업자(3.50점), 중학교 졸업자(3.77점), 고등학교 졸업자(3.50점), 전문대 졸업자(3.59점) 등보다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념성향은 진보적일수록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를 신뢰할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본인의 세부담이 이미 높다고 인식하거나, 부동산 자산이 많은 사람의 경우 기본소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재진 교수는 "증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재정지출의 소요에 따라 필요한 증세를 단행하고 납세자의 순응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납세자 순응을 위해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고 세금 부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진보정치세력이 이념 과잉을 덜어내고 국가경영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