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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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부채·자산거품으로 최악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엄습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그만큼 쌓여가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고 자산거품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도 시사했다.

한은이 22일 발표한 ‘2021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민간신용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는 216.3%로 작년 1분기 말에 비해 15.9%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1분기말 이후 최고치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것은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의 결과다. 소득 수준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뛰자 가계는 차입금으로 부동산 매입 재원을 충당했다.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8배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PIR이 17배라는 것은 17년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현금흐름이 나빠지자 영업자금용 차입금을 늘렸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경로로 실물경제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졌다. 한은이 이번에 산출한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낸 금융취약성지수(FVI·주택가격 상승률 등 39개 지표로 산출)는 올 1분기 58.9로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4분기(41.9)보다 높았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1월(100)을 밑돌지만 장기평균(50안팎)은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쌓이는 등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부의 경제 충격이 오면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한은은 현재 금융불균형 수준에서 10%의 확률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이 나타나면 올해 성장률이 -0.75%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4%)를 큰 폭 밑도는 수준이다. 경제적 충격은 전세계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다는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은은 이 같은 금융불균형 수위가 올해부터 2024년까지 갈수록 올라가고, 그해에 10% 확률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이 나오면 2024년 성장률은 -2.2%를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년 한국 성장률(2.4%)보다 4.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한은은 이처럼 나빠지는 금융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도 내비췄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정책을 결정 과정에서 누적되는 금융불균형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절한 시점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