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9명 사망에 이어 '안전 리스크' 휘말려
트위터 등 SNS서 '탈퇴 인증샷' 이어져
쿠팡, 강한승 대표 명의로 "화재 조사 적극 협조"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경기도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이후 쿠팡 불매운동 움직임이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쿠팡이 노동자 안전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화재 발생 시점봐 김범석 창업자의 한국 쿠팡 이사회 의장 및 등기이사직 사임 발표 시기가 겹쳐 반발이 커졌다.

21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쿠팡 회원 탈퇴 방법을 비롯해 이미 탈퇴를 진행했다는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가혹한 근무환경으로 9명 사망, 물류센터화재까지. 쿠팡의 김범석 미국대표는 대한민국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 등의 글을 올리며 쿠팡 회원 탈퇴 화면 인증샷을 게재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 불매운동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7일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 쿠팡 노동자들은 사측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부는 화재 발생 이튿날인 18일 "화재 위험이 큰 전기장치에 대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계속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며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쿠팡의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화재 발생 당시 덕평물류센터의 스프링클러가 일정시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0일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당국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말했다.

김범석 창업자의 한국 쿠팡 이사회 의장 및 등기이사직 사임 발표 시기가 화재 시점과 맞물린 점은 국내 소비자들 분노를 증폭시켰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가 화재가 발생한 당일(17일) 김 창업자의 사임 소식을 밝혔다. 이는 화재와 무관하게 지난달 결정된 사항이라는 것이 쿠팡 측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가 안전 확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창업자가 국내 등기이사직에서 내려오면 쿠팡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 창업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사진=AP]

김범석 쿠팡 창업자. [사진=AP]

과거 쿠팡이 배송 및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점이 이같은 의혹을 불거지게 만들었다. 지난 1년 동안 쿠팡 배송 및 물류센터 노동자 9명이 숨졌는데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서 사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이 자리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 전무가 참석해 대리 사과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쿠팡은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강 대표는 지난 20일 "화재 원인 조사에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화재 예방을 위해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와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진행해 개선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쿠팡은 이번 화재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김동식 구조대장의 유족을 평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장학기금을 설립할 방침이다. 김 창업자는 지난 19일 김 대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쿠팡은 화재로 일터를 잃은 덕평물류센터 직원들에 대해서는 상시직 1700명의 경우 근무를 못하는 기간에도 정상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단기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는 다른 쿠팡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전환배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