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K-콘텐츠 신드롬의 시대다. ‘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을 휩쓸었고, ‘스위트홈’, ‘사랑의 불시착’ 등은 넷플릭스라는 거대 공룡의 등을 타고 훨훨 날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청 시간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K-콘텐츠 신드롬의 원인을 전 세계 사람들이 단순히 TV 앞에 붙어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탄탄한 스토리텔링, 개성 있는 소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 등 K-콘텐츠가 지닌 장점들을 지금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채널옥트는 거세게 불어 닥칠 K-콘텐츠의 글로벌 신드롬을 예측하고 설립한 스타트업 제작사다. 전형적인 기존의 업계방식을 지양하고 스타트업이란 기치를 걸고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혜영, 이권현 두 공동대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아시아 시장에 국한돼 있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화려하게 날아오를 거라는 혜안을 가지고 채널옥트를 설립했다.

사진: 채널옥트 박혜영, 이권현 공동대표


설립 2년이 지난 지금, ‘두 공동대표가 예상한 만큼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고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는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정답은 ‘예스’가 될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선두에서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채널옥트는 2019년 벤처기업인증을 받았고,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예능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제작을 확정 지었다. 신생 제작사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아래는 채널옥트 박혜영, 이권현 두 공동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먼저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겠다. 채널옥트란 사명과 앰블럼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더불어 채널옥트는 어떤 회사인지 말해 달라.



(박) 옥트는 헬라어로 8이란 뜻이다. 8은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로 보여진다. 회사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끊이지 않는 순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제작사, 그리고 플랫폼 간의 선순환을 지향한다. 옥트에는 이런 다양한 의미가 내재돼 있다.



우리 채널옥트는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2019년 2월 22일에 설립해 이제 2년 4개월이 지났다. 우리의 슬로건이 ‘Your Joyful CHANNELOCT’이다. 채널옥트의 콘텐츠를 즐기게 될 모든 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 우리의 이런 목표는 비단 국내시장만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을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채널옥트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영상제작 관련 스타트업 최초, 그리고 최고란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유니콘을 꿈꾸고 있다.

사진: 채널옥트 박혜영 대표


Q. 스타트업의 기원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알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로서는 생소하다. 스타트업이란 기치를 걸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창업 후에 어려움은 없었나?



(박) 2018년 11월에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을 했다. 원래 기자 출신이다. 기자신분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 넷플릭스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맞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했던 그 마리나 베이 샌즈. 그곳이었다. 난 그곳에서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의 현장을 체감했다.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날 향해 덮쳐오는 느낌이라면 제대로 된 비유가 될 지 모르겠다. 2박 3일이라는 길지 않았던 그 하루하루가 충격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뭔가 거대한 흐름 속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TV에서 OTT로, 극장에서 OTT로 ‘윈도우’가 옮겨가고 있는 거대하고 절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OTT시장의 미래와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얻은 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을 준비하던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된 스타트업의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난 싱가포르에서 느꼈던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채널옥트를 설립했다.



(이)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리 또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듯이 자금력이 우리의 기대치에 비해 늘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우린 스튜디오형 제작사를 표방했다. 많은 창투사 심사역들을 만나보니 그들에겐 제작사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커질지에 대한 의문이 있더라. 과거의 안 좋은 사례를 통해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들도 많았다.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채널옥트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제작사만이 이 변화의 흐름에 맞춰 큰 가치를 가질 것이다.’라는 우리의 비전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19년 2월 설립 후 올해 2월, F&F 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이끌어내는 데까지 2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힘들었던 만큼 배운 점도 많다.

사진: 채널옥트 이권현 대표


Q. 채널옥트의 강점을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럼 먼저 채널옥트만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대표적인 콘텐츠들에 대한 소개를 들어보도록 하자. 최근에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했는데 향후 계획도 함께 알려 달라.



(이) 올해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만드는 녀석들’이 제작된다. 온 국민이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형태로 기획된 콘텐츠다. 글로벌 시청자가 즐겨보는 ‘K-먹방’과 더불어 방송가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씨네 편의점’이나 ‘빅뱅이론’처럼 오랜 기간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메가히트 시트콤이 될 거라 자신한다.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의 스핀오프 기획은 익숙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없이는 할 수 없는 기획이다. 국내 여러 OTT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



‘시크릿 와이프’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채널옥트에서 기획・개발한 작품이다. 최근 로맨틱 코미디의 제작이 뜸하다. 하지만 코비드를 포함해 하루하루 즐거울 일 별로 없는 우리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기획이 유효할 지는 모른다. 우린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려 최대한 빠르게 드라마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8월에 시작된 기획이 현재 8부까지의 대본이 완성돼 나와있는 상태다. 일반적인 제작사가 소요하는 기간의 1/3 정도의 속도로 개발을 완료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가장 필요한 때 가장 필요한 드라마를 선보이는 게 채널옥트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제1회 서울 스토리 드라마 대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다음 웹툰으로 연재가 완료된 ‘경성이 서울을 만났을 때’를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이에게 부채의식처럼 남아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단지 어둡게 그려내는 게 아니라 판타지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밝고 경쾌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그 밖에도 영화 ‘신기전’을 드라마화 한 ‘황제’는 글로벌 OTT 킬러 콘텐츠로 기획개발 중이다. 영화 신기전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만희 작가가 이번 드라마의 극본 또한 맡는다. ‘황제’는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 사극으로 영화 이상의 스케일이 될 예정이다.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킹덤’ 이상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최근엔 배명훈 작가의 SF소설 ‘타워’의 드라마화 판권 협의를 마치고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블랙 코미디적 색채가 짙은 아주 유니크한 SF 소설로서 ‘블랙미러’ 이상의 글로벌한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이렇듯 아주 다양한 기획으로 2024년까지의 라인업이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스튜디오 드래곤과 같은 메이저 제작사들을 제외하고 우리만큼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회사는 없을 거라고 자부한다.



Q. 라인업이 화려하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을 기획・개발하는 데 있어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할 채널옥트만의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 채널옥트는 창의적인 기획・개발을 위한 방법으로서 Talent(인적) 영역과 Technology(기술적) 영역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언제나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미 우린 채널옥트가 가진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채널옥트는 작품의 기획・개발 과정에 스무 명 남짓한 파트너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실력은 있으나 그에 비해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많은 젊은 작가, 젊은 감독들이 우리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회사 내부의 대표이사, 쇼 러너, 기획PD가 함께 기획・개발에 참여한다. 작가 개인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스타트업 만의 특징이기도 한 전사적인 역량의 집중투입을 통해 기획・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스토리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실력은 있으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젊은 작가들을 경험 많은 현역 PD들과 매칭시켜 6개월여의 기간 동안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펼칠 것이다. 젊은 작가들이 지닌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클래스가 종료될 시점엔 시장에 최적화된 드라마, 영화의 기획・개발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채널옥트는 이들의 작품들을 통해 안정적으로 IP를 확보해 나가는 것과 더불어 파트너 크리에이터들의 인재 풀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Q. 기술적인 영역에서의 기획・개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자. 독자적 콘텐츠 개발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 들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그리고 그 시스템의 파급효과를 어느 정도로 예측하는가?



(박) ‘스크립터8’이라는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기획・개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기획・개발은 작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채널옥트는 스타작가를 영입할 여건이 안된다. 자금이 있다고 해도 여러 계약관계에 엮여 있는 작가들을 당장 영입할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개발에 있어서의 시의성이다. 트랜드를 면밀히 분석하고 트랜드에 적합한 작가를 적기에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 우린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함께 최적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스크립터8은 작가들의 집필을 최대한 지원하고 기획・개발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솔루션이다. 파급효과는 지금 당장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만 하면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Q.들어보니 매우 흥미롭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 내부에서 기획개발 하던 작품 중 ‘복수대행주식회사’라는 작품이 있다. 몇 가지 키워드와 소재, 캐릭터를 가지고 기획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다 ‘퍼즐링’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냈다. 키워드, 시추에이션, 캐릭터 등을 수집해 이를 빅데이터화 하고 현재 트랜드에 맞춰 퍼즐링하는 방식으로 기획 개발을 한다면 기간이 줄어들고 트랜드에 적합한 대본이 나올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현재 캐릭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Q.스크립터8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박) 우리가 스크립터8에 기대하는 건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수준이 아니다. 우린 스크립터8에 구축한 캐릭터 하나하나에 각자의 삶을 투영할 생각이다. 수십 만 명의 캐릭터가 상주하는 옥트유니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옥트유니버스의 캐릭터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도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의 드라마를 갖게 하려 한다. 이후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해 옥트유니버스를 방문하는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자신만의 캐릭터와 드라마를 창작할 수 있게 하는 지점까지 가려고 한다. 모두가 자신만의 캐릭터와 멋진 드라마를 갖는 세상,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Q. 채널옥트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박) 하반기에 시리즈A IR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투자유치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시리즈A는 그 공백을 길게 두지 않으려고 한다. 향후 1~2년 안에 업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콘텐츠 업계의 M&A가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18년에 싱가포르에서 느꼈던 거대한 흐름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며 위력과 속도는 그 때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채널옥트는 이런 ‘패러다임 시프트’ 속에서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워 나가는 걸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드라마,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가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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