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련 공시 부담이 과도하게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2020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시 의무가 있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비금융기업 175곳의 현황을 분석한 자료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집중투표제 채택 여부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수주주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9곳에 그쳤다. 민간기업은 SK텔레콤 한 곳에 불과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 안정성 저하,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 등 때문에 기업이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가 중요하다면 전자투표제, 주총일 분산 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시 간소화·단일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매년 작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정보를 담은 환경정보공시(2022년), ESG공시(2025년) 제도까지 도입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100페이지에 달하는 ESG 관련 공시 보고서를 1년에 세 권 이상 작성해야 할 수 있다”며 “상당한 행정 및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