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고객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초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 영상에서 한 말이다.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모든 메시지에 ‘고객’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왔다. 신년사와 사장단 회의에서 고객이란 말이 빠진 적이 없다.

취임 후 첫 신년사(2019년)에는 고객이라는 단어만 30회 등장했다. 그는 “지금이 바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LG만의 진정한 고객 가치를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객가치의 개념을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등 세 가지로 정의했다.

2020년 신년사에서는 고객 가치의 출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관점에서 무엇이 불편한지 찾아내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돌파할 열쇠도 고객이었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사장단 회의에서 “지금이 변화의 변곡점”이라며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삼고, 세분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LG 측은 설명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을 팬으로 만들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고객의 모든 경험 여정을 세밀히 이해하고, 고객의 삶에 더 깊이 공감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하라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가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비로소 고객 감동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