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I는 보너스인가 임금인가" … 대법원行 '제2 통상임금 열차' 탈듯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자신들이 받은 퇴직금에 경영성과급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퇴직금을 더 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경영성과급의 임금 여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은 퇴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져오면서 논란거리가 안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2건의 재판에서 근로자가 승소하면서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2013년 통상임금 판결과 마찬가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최종 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부터 달라진 법원 "성과급은 임금"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는 삼성전자 퇴직자 등 956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 추가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에게 1994년 이래 매 반기마다 목표인센티브(TAI)를, 2000년 이래 성과인센티브(OPI)를 지급해왔는데 이를 퇴직금을 계산할 때 쓰는 평균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게 원고들의 소송을 제기한 이유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인센티브도 근로기준법 상 임금으로서 평균임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피고는 각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퇴직금만을 지급하였기에 평균임금을 재산정해 퇴직금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인센티브는 임금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삼성전자는 "인센티브는 사업부 별 경영목표의 달성 내지 경제적 부가가치(EVA) 발생이라는 우연한 요건을 전제로 하는 금품이므로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며 "뿐만 아니라 피고가 그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을 매년 다르게 결정하여 왔으므로 노동관행 등에 의해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각 인센티브는 2000년 이래 매년 지급돼왔고 근로자들의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인센티브 액수의 변동이 있다해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평균임금 및 퇴직금 제도의 근본 취지가 오히려 몰각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사내포털에 게시된 HR규정에 임금구성과 관련해 월급여, 상여, 인센티브, 연차수당을 적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는 지난 4월 15일 현대해상화재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이 낸 퇴직금 추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제외해 퇴직금을 적게 받았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대해상은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닌 직원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 은혜적으로 지급된 포상금"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1년 경영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이래 2005년과 200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왔고, 신입사원 채용설명회에서도 경영성과급 지급을 명시했다는 점을 법원은 주목했다.

◆'제2의 통상임금 사태' 될수도
하지만 이 판결 이전까지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와 관련해 법원은 사측의 의견에 동의해왔다.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인지 아닌지를 다툰 첫 판결은 지난해 1월에 나왔다. 2018년 10월 대법원이 한국감정원 근로자 유족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등 공공부문에서는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있었으나 민간 부문에서 유사한 소송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법원(수원지법 여주지원)은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제기한 퇴직금 추가 청구 소송에서 "PS(초과이익분배금), PI(생산성 격려금)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언급한 삼성전자, 현대해상 등과 같이 특정 연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지급돼왔지만 매년 매출이나 이익률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진 점에 주목한 판결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지난해 11월에는 수원지법으로부터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을 얻은 바 있다.

동일한 맥락의 사건을 두고 법원의 판결이 오락가락하면서 논란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12년 금아리무진,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임금 소송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 이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당초 법원에서는 민간기업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이 아니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이를 뒤집는 판결이 연이어 등장했다"며 "이렇게 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이 커졌고, 대략적인 시기는 202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