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분을 투자한 스타트업만 22곳으로, 투자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초기에는 금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 위주였다면 이제는 중고차·자전거 중개부터 간병인 매칭까지 다양한 생활 속 플랫폼 스타트업을 품기에 나섰다. 혁신적인 비금융 스타트업을 키우고 협업하는 것이 은행의 자체 플랫폼 역량 강화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은행 내 ‘스타트업 소액 직접 투자’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22곳 스타트업에 총 101억원의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 2015년부터 스타트업 멘토링 센터 하나원큐 애자일랩을 통해 선발된 113곳 중 20%가 직접 투자를 받은 셈이다.

하나은행은 유망 스타트업에 소액 투자를 할 때는 경영협의회와 이사회 결의를 일일이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이 제도를 만들었다. 투자 한도는 국내 법인 10억원, 해외 법인 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소비자 접점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은행 서비스와 연계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업력 7년 미만)이면 투자 대상이다.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이 위원장인 스타트업운영위원회의 심사만 거치면 은행 자금으로 직접 투자가 이뤄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의사결정 절차를 대폭 줄여 신속한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뿐 아니라 직접투자에도 힘을 싣고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이 투자한 스타트업 22곳 중 3곳은 이미 인수합병(M&A)으로 엑시트(자금 회수)까지 성공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을 만큼 성장한 곳도 있다.

투자 스타트업의 절반(10곳·45%)은 플랫폼 기업이다.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도 지정된 부동산 투자 플랫폼 ‘카사’ 등 금융 관련 플랫폼 외에도 간병인 매칭 플랫폼 ‘케어닥’, 방문선생님 매칭 플랫폼 ‘자란다’ 같은 비금융 스타트업도 하나은행의 투자를 받았다. 금융을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은행의 전략이 작용했다.

이런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은 하나은행의 플랫폼 역량 강화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을 개발해 하나은행의 투자를 받은 메사쿠어컴퍼니가 대표 사례다. 하나은행은 메사쿠어의 기술로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 금융권 최초로 얼굴 인증을 도입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