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이어진 쿠팡 경기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배송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물류센터가 사실상 전소된 만큼 장기 물류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안전조치 점검과 함께 배송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덕평물류센터의 연면적은 약 12만7000㎡(3만여 평), 축구장 15개 규모다. 쿠팡의 물류센터 가운데서도 메가급이다. 덕평센터에는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입점업체들의 물류를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 물량이 보관돼 있다. 서울 수도권 서남부 배송과 지방 쿠팡 물류센터로 상품들을 보내는 거점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덕평센터의 하루 처리물량이 상자 20만 개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쿠팡의 하루 출고 건수 추정치인 200만~250만 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휴지, 생수 등 쿠팡이 판매하는 대부분 품목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거점 물류센터 소실로 일부 지역의 배송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덕평센터의 관할 지역인 경기 이천 등지에서는 생수, 즉석밥 등 로켓배송 상품들이 일시 품절 상태다. 쿠팡이 경기 용인과 동탄 등 인근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나눠 공급하고 있지만 평소 주문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전소된 물류센터를 다시 사용할 수 없고, 다른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나눠 맡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덕평센터 규모의 다른 부지를 임차하겠지만 부지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물류 인프라를 회복하는 데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이미 인근 물류센터들로 기존 덕평센터의 인력을 분산한 상태”라며 “인근 센터들에 물량이 갑자기 급증하면 배송 오류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입점업체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쿠팡은 여타 오픈마켓과 달리 대부분의 상품을 직매입해 보관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제품을 사서 물류센터에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방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화재처럼 물류센터가 예상치 못한 재해로 장기 셧다운되는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지역을 하나 이상의 물류센터가 담당하고, 물류센터마다 다양한 상품을 보관하는 ‘상품과 지역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