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수소연료전지차(FCV) 사업을 중단하고 전기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로써 글로벌 수소 승용차 분야에선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만 남아 한·일 경쟁 구도를 펼치게 됐다. 뒤이어 수소차에 뛰어든 BMW는 내년에나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소車 사업 접는 혼다…현대차-도요타, 양강체제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는 최근 FCV ‘클래리티 퓨얼 셀’ 생산을 연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판매량이 263대에 그치는 등 판매 부진 탓이다. 2016년 출시 후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는 약 1900대에 불과했다. 가격이 783만엔(약 8000만원)으로 비싼 데다 수소 충전 인프라가 적어 활용이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혼다는 마찬가지로 판매 부진을 겪는 내연기관 고급 세단인 레전드와 고급 미니밴 오딧세이 생산도 중단할 방침이다. 이들 차량을 생산하던 일본 사야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너럴모터스(GM)와 진행 중인 FCV 연구개발은 계속한다.

혼다가 클래리티를 단종하면서 수소 승용차에선 현대차 넥쏘와 도요타 미라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2014년 출시된 미라이는 지난 4월까지 누적 1만4640대 팔렸다. 미라이보다 4년 늦게 나온 넥쏘는 같은 기간 1만6152대로 누적 판매량에서 약간 앞서고 있다. 넥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데 비해 미라이는 중형 세단 형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말 신차를 내놓은 미라이가 49.0%를 차지해 넥쏘(44.6%)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2세대 미라이 외관이 도요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와 닮았고 연비가 개선되면서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도 2023년에 신형 넥쏘를 출시해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할 예정이다.

양사는 수소차의 주요 성능인 주행 거리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호주법인이 지난달 13일 넥쏘 1회 충전으로 887.5㎞를 주행하며 수소차 주행으로 세계 신기록을 쓰자 미라이는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1003.0㎞를 달려 기록을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혼다마저 발을 빼면서 수소차 시장의 성장이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 선택폭이 줄면서 판매량도 감소하고, 수소 충전소 증가 속도도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019년 대비 11.3% 감소한 9000대에 그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