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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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머선129."

달러 강세에 투자자들이 갸우뚱하고 있다. 주식 갤러리엔 모처럼 강세에 놀란 투자자들의 '머선129'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머선129는 강호동이 쓰면서 유행시킨 신조어로 "무슨 일이고(129)"란 뜻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뜻을 시사하면서 주식, 암호화폐, 원자재 등 자산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달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15원가량 더 오른 1145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대에 벌써부터 달러를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번주 환율 21원50전 ↑

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 9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32원 3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17일(1134원 80전) 후 가장 높았다. 지난 17일(1130원 40전 마감)에 13원 20전 급등한 데 이어 18일에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번 주(6월 14~18일)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이 기간에만 21원 50전이나 올랐다.

눈치 빠른 개인들은 일찌감치 달러 매입을 늘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의 5월 말 달러예금 잔액은 4월 말보다 6000만달러 늘어난 181억5000만달러(약 20조5200억원)로 집계됐다. 2012년 6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은 Fed가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할 의지를 보인 결과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향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매달 1200억달러어치 이상의 채권을 사들이며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Fed가 달러 공급을 줄일 뜻을 시사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에서는 Fed가 오는 8월 연례 경제정책 토론회인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을 언급할 것으로 봤다.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시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1분기로 예상했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8일(현지시간)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 때문에 이르면 내년 말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전망보다 이른 2023년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그 일정표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Fed가 달러 공급을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 통화량 수요·공급 경로를 타고 달러 가치는 뛰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현금의 가치는 주목받고,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가치는 떨어진다.

에브리싱 랠리 끝물…달러 랠리 뜨나

'유동성 파티'로 달러를 제외한 모든 자산가격이 치솟은 '에브리싱 랠리 마켓'(Everything Rally Market)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부터 출렁이고 있다. 지난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온스당 4.7%(86.60달러) 급락한 1774.80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번 주 구리(7% 하락) 백금(7.6% 하락) 팔라듐(11% 하락) 등 원자재도 급락했다.

하반기부터는 달러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1142원 70전)에 올해 최고가를 찍은 후 주춤했던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올 3분기에 1145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ed의 출구전략 충격이 올 3분기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달러 가치가 재차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신흥국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연말에는 1090원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며 "미국과 이외 지역의 성장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한국의 수출액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