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정체성 살린 협업상품 출시
'변주' 통해 이색적 재미 추구
'선 넘지 않는 마케팅'…안전성 논란과 거리
[사진=세븐브로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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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슈머(fun+consumer·재미를 좇는 소비자) 마케팅' 일환으로 이색 콜라보레이션(협업)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를 활용한 콜라보 상품이 특히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곰표 브랜드가 원래 갖고 있는 밀가루의 특성을 살린 마케팅으로 제품 특색을 살리면서도 디자인적 요소로 재미를 더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이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만든 '곰표 밀맥주'는 올해 불티 나게 팔렸다. 올해 4월 말 카스, 테라, 하이네켄 등 국산·수입 맥주를 제치고 편의점 CU 맥주 매출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사실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5월 출시 사흘 만에 초도물량 10만 개가 완판되는 등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가 위탁생산을 맡아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한층 입소문을 탔다.
[사진=한강주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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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이 한강주조와 협업해 선보인 '표문 막걸리' 인기도 뜨겁다. 지난 4월4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진행된 첫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준비한 물량 200세트(총 800병)가 방송 시작 2분만에 모두 팔렸다. 방송 시간이 50분 넘게 남은 탓에 네이버 쇼핑라이브 측은 한강주조에 급히 연락해 추가 수량을 확보한 뒤 400세트 주문을 추가로 받았었다.

이처럼 대한제분의 '곰표 콜라보'가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대한제분이 '밀가루'라는 업체 본연의 정체성을 살린 것이 주효했다. 곰표 맥주는 밀로 만들어졌고 표문 막걸리에는 밀 누룩 효모가 들어갔다. 성공한 곰표 콜라보 제품에는 모두 '곰표 밀가루'의 정체성이 반영된 것이다.

다른 상품들도 모두 밀가루의 특성을 살렸다. 대한제분이 가정 간편식 전문몰 쿠캣마켓과 협업해 선보인 곰표 떡볶이의 떡은 곰표 밀가루로 만들었다. 뷰티 브랜드 스와니코코와 협업한 곰표 밀가루 쿠션은 밀가루의 특징인 '하얀색'을 내세워 피부를 밀가루처럼 곱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실제 미백 기능성 성분도 추가했다. LG생활건강과 협업한 곰표 주방세제는 설거지할 때 기름기를 없애기 위해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출시됐다.
[사진=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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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업체 제품들은 무리한 콜라보로 제품 안전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이 서울우유와 협업해 선보인 '서울우유 바디워시'는 출시 직후 인지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지는 아이들이나 시각이 떨어지는 고령층이 제품을 우유와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편의점 GS25가 문구 기업 모나미와 협업해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 2종을 출시했을 때 역시 "아이들이 유성매직을 음료로 착각해 먹는 사례가 발생할까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대한제분 제공]

[사진=대한제분 제공]

반면 대한제분 곰표는 '선 넘지 않는 콜라보'를 기획한 데다 올해로 69년 된 상표에 약간의 디자인 변화를 줘 레트로(복고) 문화를 좋아하는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했다.

가령 네 발로 다니던 표곰이 캐릭터를 곰표 밀맥주에선 두 발로 일으켜세웠다. 기본적 상표 디자인 콘셉트는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한 것이다. 표문 막걸리의 '표문'은 '곰표'를 거꾸로 표기한 단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촌스러운 술로 취급받던 막걸리가 아닌 새롭고 힙한 막걸리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기존 전통주 이미지를 뒤집자는 의미에서 막걸리 이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제 몇몇 식품·유통업체는 콜라보 제품을 기획하다가 안전성 논란을 의식해 제품 출시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며 "대한제분은 논란이 되지 않는 선에서 협업 대상 상품을 잘 선정해 마케팅을 진행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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