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창업자나 오너에게 차등의결권을 주는 등 경영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노보텔 앰배스더 서울에서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한국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린 120회 코리아리더스포럼 행사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리아리더스포럼은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하는 행사다.

이 교수는 “한국이 차용한 영미식 자본주의는 과도한 금융화의 부작용으로 기업이 재투자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만 몰두하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딛고 재도약하기 위해선 △융복합 기술의 발전 △대·중소기업 역량 공유를 통한 핵심 기술 국산화 △적극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제조업체 국내 복귀(리쇼어링)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주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의 쇠퇴를 디지털 경제 등 신산업이 성공적으로 메꿨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승자 독식 구조가 고착화되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영미식 자본주의가 경제 성장 침체를 가져왔다는 이 교수의 진단에 “정부 실패가 문제의 원인”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노동 투입이 감소한 것은 과격한 노동시간 감소 정책으로 실업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투자가 감소한 원인도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줄었기 때문이지 배당을 많이 하는 주주 자본주의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