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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양복점 장미라사 김소영 대표

재택근무로 "정장 시대 끝났다" 우려
재단사 방문 서비스로 매출 오히려 늘어
블루종·트렌치코트 등으로 라인업 확대
신경훈 기자

신경훈 기자

“처음에는 피할 수 없는 악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전례 없는 위기이자 기회가 됐습니다.”

고급 맞춤 양복점인 장미라사의 김소영 대표(사진)는 지난 1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장미라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고급 맞춤 양복점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가 됐다. 김 대표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빛을 발하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양복점 방문이 급감하자 재단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확대했다. 판매 상품도 전통 신사 양복뿐만 아니라 블루종, 트렌치코트, 이지웨어(편하게 입는 옷) 등으로 다양화했다. 원단과 지퍼, 버튼 등 옷 구성 대부분을 소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오히려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며 “코로나19는 새로운 사업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장미라사는 1956년 제일모직의 양복 원단 테스트 부서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1988년 제일모직에서 독립해 ‘성공한 남성들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부영빌딩에 있는 매장에선 손님이 말하는 대로 옷을 제작하는 ‘비스포크(be spoke)’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슈트 한 벌 가격은 350만~400만원이며 완성까지는 약 4주 걸린다. 주요 소비자는 정·재계 인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다. 최근에는 명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2030세대 맞춤 양복 마니아층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이탈리아로 넘어가 밀라노에 있는 UNASAS 아카데미에서 헤어·뷰티 등 스타일링을 공부했다. 졸업 후 원단 및 의류 부자재 유통, 핸드백 생산 등 다양한 패션 사업을 펼쳤다. 2014년 한국에 돌아와 장미라사에 합류했다. 2019년 2월 장미라사의 네 번째 대표이자 최초의 여성 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슈트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슈트는 기업가와 정치인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 마니아에게 선택받는 옷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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