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 플랫폼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척도 중 하나는 고객 충성도다. 이베이코리아 입찰에 뛰어든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G마켓·옥션·G9가 보유한 고정 소비자, 오랜 셀러, 숙련된 개발인력, 소비 데이터 가운데 e커머스의 원조 격인 G마켓과 옥션이 보유한 충성도 높은 3040대 소비자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체리피킹’이 쉬운 e커머스 시장에서 오랜 기간 구매력 높은 3040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쿠팡·네이버뿐 아니라 전통 유통업체까지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멤버십 전쟁에 뛰어든 것도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e커머스 멤버십 확보 전쟁

"충성 고객 뺏어라" 유통가 멤버십 전쟁
업계에선 이베이의 충성고객 확보 비결로 ‘스마일클럽’을 꼽는다. 2017년 출시된 e커머스 최초의 멤버십 제도다. 연회비 3만원을 내고 가입하면 즉시 3만7000원을 포인트로 돌려받고, 각종 혜택 또한 최고 수준으로 적립된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진성 소비자를 유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고민해 탄생한 게 스마일클럽”이라며 “혜택이 회비보다 크긴 하지만 비용을 치르고 가입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록인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쿠팡의 로켓와우,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등도 대표적 멤버십 전략에 해당한다. 2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버플러스는 연내 600만 명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만일 신세계-네이버 컨소시엄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300만 명을 눈앞에 둔 스마일클럽과 합쳐 거대 진성 고객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부족했던 e커머스 소비자를 확보하고, 네이버도 데이터 등을 통해 더욱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커머스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쿠팡도 진성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쿠팡의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은 무료 새벽배송과 무료반품을 앞세워 5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했다. 현재 스마일클럽과 네이버플러스 회원을 합친 수에 육박한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들에게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별도 회사로 운영하기도 힘든 OTT를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 유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규모가 비교적 작은 오픈마켓과 오프라인 채널도 멤버십 제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위메프는 업계 유일의 무료 멤버십(일정 구매조건 충족 시)을 출시했고, 롯데백화점은 시범운영 중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용 멤버십 Y커뮤니티를 곧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멤버십 고객이 수익성도 좋아

e커머스업체들이 멤버십 제도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것은 시장 특성상 소비자들을 묶어두는 것(바인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이 클릭이나 터치 한 번으로 다른 채널로 이동할 수 있다. 혜택을 따라 이리저리 옮기는 ‘체리피커’가 아니라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것이 수익성의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연 수만원의 회비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하며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멤버십을 강조하는 건 회비를 내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더 큰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들의 멤버십 출시는 소비시장에서 온·오프라인 소비자의 구분이 급격히 사라지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처럼 알아서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더 이상 구분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소비자를 붙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