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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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하반기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뿐 아니라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다. 오는 8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한 후 11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완화적 금융 여건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 부양 효과보다는 중장기 측면에서 부채 증가에 의한 소비 제약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가 심화돼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한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다소 조정해나가는 것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다른 금통위원도 "경제 회복세는 강화되지만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응해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했던 통화정책 기조의 일부 조정을 검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조적 물가 추이에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장기시장금리 급등, 개인투자자의 집단행동, 헤지펀드 아키고스 파산, 가상자산 가격 급락 등 다양한 형태의 시장 불안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매우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장기화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투자를 초래해 급격한 시장 조정이 발생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5월 금통위를 마친 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서두르지도 않아야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기를 단정해서 말할 순 없지만,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질서있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통위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추경이 공식 편성된 후 통화정책 정상화의 구체적 진전이 예상되는데, 논의는 최소 1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8월 소수의견 출현이 유력할 것"이라며 "11월 금통위는 3분기 성장세를 확인하고 금리인상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의 통화 정상화 의지를 고려할 때 연내 1~2차례 금리인상에 나선 뒤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2차례 금리인상이 마무리 되는 시점은 내년초로, 인플레와 성장지표의 기저효과 마무리, 팬데믹 이후 더 강해진 디플레 압력 등으로 통화정책은 휴지기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