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무협을 진정한 중소 수출 기업 지원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11일 밝혔다. 구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협 회장단도 대한상공회의소처럼 젊은 조직이 돼야 한다”며 “경륜 있는 경영자와 젊은 경영자가 어우러져 다양하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무역업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어진 무협 회장단무협은 이날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제31대 회장단의 첫 회의를 열고, 새로 영입한 15명을 포함한 총 36명의 회장단을 선임했다. 임기는 2024년 2월까지다.과거에 비해 회장단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처음으로 1970년대생 CEO 3명이 회장단에 합류했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과 이동섭 일진그룹 사장은 1971년생이며,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1973년생이다.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구 회장은 기자와 만나 “최태원 회장이 맡은 대한상의도 ‘젊은 피’를 부회장단에 대거 영입했듯이 무협도 1970년대생 CEO들을 회장단에 합류시켰다”고 말했다.회장단에 속한 기업들의 업종도 다양해졌다. CJ ENM(방송·콘텐츠), 스마일게이트(게임) 등 콘텐츠 수출 기업과 동원그룹(식품), 동화그룹(친환경 건설자재), 인팩코리아(전자) 등이 새로 합류했다. 구 회장은 “CJ ENM 등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 분야 기업이 회장단에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사가 중소기업 지원 앞장”종합상사들이 회장단에 다수 들어온 점도 특징이다. 삼성물산, LG상사, GS글로벌 등 국내 대표 종합상사가 이번에 새로 합류했다. 이 역시 종합상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 회장의 영향이다. 구 회장은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해 15년 동안 세계 무역 현장을 경험했다. 그는 “종합상사들이 무협 회장단에 합류해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중간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무역 지원기관과 한국수입협회, 여성경제인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이 회장단으로 참여해 무역업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구 회장은 특히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직접 소개하며, 회장단으로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진공 이사장이 무협 회장단에 합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은 “예전에 상사에 근무할 때부터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며 “무조건 회장단에 합류해야 한다고 김 이사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회장단으로서 중소 수출기업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화물대란으로 중소기업 위기”수출기업들은 최근 화물대란을 겪고 있다. 해운을 중심으로 화물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구 회장은 “중소 수출기업들이 특히 화물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협력해 화물대란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해서는 “사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너무 몰아붙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면서도 “기업인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찬성”이라고 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는 지난달 27일 이 부회장 사면을 공식 건의했다. 구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경제단체와 함께 공식적인 의견을 낸 것”이라며 “다만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어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강경민 기자
경제 5단체장들이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건 그만큼 경제 회복이 절실할 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전쟁 격화라는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경제단체가 기업인의 사면을 건의한 건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경제단체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사면 건의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부회장 사면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힌 지 2주일 만에 건의문 작성과 단체장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단체장들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돌파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총수인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반도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은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산업은 새로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치열해지는 반도체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지면, 그동안 쌓아올린 세계 1위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단체장들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은 엄격한 잣대로 꾸짖어야 하지만 경제 회복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이 한국 반도체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이번 사면 건의는 손 회장이 주도했다. 손 회장은 한경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필요한 시기”라며 “세계 반도체 전쟁이 시작됐는데 1년이 넘는 형기 만료를 느긋하게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장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지방 경제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광주와 전남지역 8개 경제단체는 이날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경제계 외에서도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유림 대표 조직인 성균관은 26일 각각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건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면에 대한 건의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아직 검토한 바 없으며 지금으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도병욱 기자
주요 5개 경제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의 사면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은 약 6년 만의 일이다. 이 부회장의 사면 및 가석방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6일 주요 경제단체장 공동 명의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 소관부서에 제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 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건의서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단체장들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들은 투자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도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가 없어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 동안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 주도권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 기업 총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꾸짖고 치열한 반성이 있어야 하지만, 기업의 본분은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제 회복과 도약을 위해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해야 한다"며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면 건의는 손 회장이 주도했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본지 4월 15일자 A1면 참조)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거론한 첫 경제계 주요 인사의 발언이었다. 손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장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거론했다. 손 회장의 발언에 김기문 회장도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경제단체 실무진들은 공동 건의서 작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처음에 다른 경제단체들은 사면 건의에 대해 '국민 여론을 더 모아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며 "손 회장이 강하게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기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살핀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