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노사 양측은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심화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삶을 위협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내년 최저임금, 월급이냐 시급이냐…노사 격돌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4월과 5월 한 차례씩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노사 양측이 머리를 맞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노사 양측은 첫 심의부터 결정 단위 표기 방식을 놓고 격돌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근로자 생활주기가 월 단위로 이뤄지니 결정 단위를 월급으로 하고 시급을 병기하자고 했고, 경영계는 다양한 고용 형태를 고려해 시급만 표기하자고 맞섰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시급을 기준으로 표기하고 월급도 병기해왔다.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는 노사 모두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재벌 대기업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임시·일용직·비정규·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 개선을 위해선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이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18년과 2019년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며 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기저효과로 인해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누적된 충격의 여파에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고용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오를 경우 일자리가 최소 12만5000개, 최대 30만4000개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한경연의 의뢰로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가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일자리가 15만9000개 감소했다. 2019년에도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서 27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