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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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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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거래소들이 자의적으로 지정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장폐지·유의종목 코인에 대해 금융당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업계 1위 업비트가 최근 암호화폐 30종에 '사실상의 퇴출'을 예고하면서 투자자 불만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곳을 중심으로 20여개 암호화폐거래소에 "이달 7일부터 16일까지 상장폐지했거나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코인 명단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차원"이라며 "16일 이후에도 상장폐지나 유의종목 지정이 결정된 사항을 공유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이미 금감원에 '일일 보고'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당분간 매일 금감원 담당자에게 상장폐지·유의종목 지정 코인 리스트를 메일로 보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조치에 나선 데는 지난 11일 업비트가 30종의 암호화폐를 무더기로 상장폐지·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는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등 5종에 원화거래 종료를 예고했다. 또 코모도(KMD), 애드엑스(ADX), 엘비알와이크레딧(LBC) 등 25종은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통상 유의종목 지정은 상장폐지로 가는 수순이다.

당시 업비트는 "내부 평가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발표 직후 이들 알트코인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일부 투자자는 업비트를 성토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비트 기사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우리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거래소에 정보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금요일 오후 늦게 기습적으로 공지를 했는데, 금감원도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투자자 사이에서 난리가 나니까 금감원이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잡코인' 현황을 더 꼼꼼히 들여다보게 되는 만큼 암호화폐거래소의 부실종목 정리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근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다른 거래소들이 정리할 알트코인 명단을 특정한 '미확인 지라시'가 SNS에 돌아 투자자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기존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오는 9월까지 정부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해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상장된 암호화폐 종류가 지나치게 많으면 신고 과정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거래소들이 업비트처럼 코인 수를 계속 줄여나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거래소가 자체 발행했거나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얽힌 암호화폐는 정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예를 들어 마로는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의 관계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투자한 코인이다. 다날이 발행한 페이코인도 두나무와 관련이 있다. 두나무 주주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의 지분 일부를 다날 자회사 다날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