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정책방향에 대한 관료 출신들의 저서가 다수 출간되고 있다.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의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올 많은 경제정책 대안들에 대한 지침서를 미리 내놓는 성격도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인물은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의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사진)다. 그는 지난달 펴낸 「한국경제 미래담론」(도서출판 새빛)이라는 저서에서 한국 경제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철환 前 FIU원장 "기본소득 전면 도입 땐 각종 부작용"
이 교수는 "기본소득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때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13일 밝혔다. 기본소득제는 코로나 시국의 경제 수습 방안이자 내년 대통령 선거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시대적 요구의 변화 속에 기본소득제도의 도입 문제는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지만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 도출 과정은 물론이고, 제도 도입의 구체적 방안과 필요 보완대책들을 충분히 검토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한국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무기력경제, 탐욕경제, 갈등경제, 투기경제, 선심경제, 차입경제, 지하경제, 그리고 양극화와 고령화 경제의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서 또 다시 좌절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지 못한다면 경제발전의 의미도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팽배해진 상호불신 풍조를 불식하고 사회적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물질 인프라가 경제사회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듯, 사회적 신뢰는 사회구성원의 협력을 이룩해 문제해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점진적으로 시장안정 조치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미 빚이 늘어난 상황에서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 등으로 오히려 경제침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금융기관들은 부실방지를 위해 대손충당금 비축 등 자산 건전성 제고 노력을 미리 해두어야 하고, 정부는 가계부채 증대 방지 대책과 부동산 투기억제 시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기술발전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국이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딥러닝 등 핵심 원천기술은 크게 낙후돼 있다"며 "지금이라도 투자를 확충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지 않으면 자칫 AI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냈다.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한국무역협회 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